성소수자·시민들 모여 퀴어축제…프랑스 등 대사관·종교계·대학생 등 참여
맞은편에서는 '동성결혼 반대' 집회…개신교 단체도 집결
제27회 퀴어퍼레이드 [촬영 윤민혁]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토요일인 13일 서울 도심 을지로·종로 일대에서 성소수자들의 연례행사인 제27회 퀴어퍼레이드가 열렸다.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 참가자들이 입거나 두른 무지개 무늬의 옷과 망토, 스카프 등으로 도심 거리가 다채롭게 물들었다.
참가자들은 한낮 따가운 햇볕과 30도에 가까운 더위 속에서도 여러 부스를 활기차게 오가며 축제를 즐겼다.
휴대용 선풍기, 무지개색 부채, 시원한 음료 등 각자의 방법으로 더위를 쫓으며 하나 된 모습이었다.
4년 전인 2022년부터 행사에 참여해오고 있다는 염모(24)씨는 "다른 퀴어 분들과 다 같이 모이는 자리라 계속 나오고 있다"며 "함께 하면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그는 "동생이 군대에 있어 오늘 군인권센터에 후원금을 전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처음 행사에 참가했다는 한 자원활동가(21)는 "누구나 사람이기에 당연히 자신의 성적 지향과 젠더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면서 "사람이고 싶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을 위해 입구 쪽에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행사장을 안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퀴어퍼레이드의 성중립 화장실 [촬영 윤민혁]
행사장에 차려진 70여개의 부스 중에는 성소수자 단체 외에도 프랑스·호주·벨기에 등 주한 대사관들이 만든 공간이 있었다.
또 영광제일교회·가톨릭퀴어연구회·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 종교단체들이 세운 부스도 눈길을 끌었다.
부스를 찾은 이들에게 축복기도를 해주던 대한감리회 이동환 목사(45)는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평등하게 교회를 다닐 수 있어야 한다"며 "예수님의 정신은 배제나 차별이 아니라 사랑과 포용"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대·중앙대·한양대 등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도 이번 축제에 참여했다.
고려대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 회장인 배혜윤(21)씨는 "성소수자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그리고 평소 성소수자임을 밝히기 어려운 사람들끼리 다 함께 교류할 기회이기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전쟁도 많이 일어나고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만연한 사회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결국 다 연결돼 있으니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있다"며 눈을 빛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군인권센터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참여했다.
제27회 퀴어퍼레이드 [촬영 윤민혁]
즉석 사진 부스 '무지개 네컷' 앞은 줄을 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각 부스에서 나눠주는 팔찌나 키링 등도 인기였다.
참가자들은 오후 4시부터 종각역 5번 출구에서 출발해 명동성당, 서울광장을 거쳐 을지로입구역 2번 출구까지 행진한다.
한편 행사장 입구가 있는 을지로입구역 건너편에서는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찬송가 등을 크게 틀었으나, 퀴어퍼레이드 측과 직접적인 충돌은 없었다.
또 개신교계 단체인 거룩한방파제는 오후 1시부터 중구 서울시의회 청사 앞에서 대규모 맞불 집회를 시작했다.
집회를 이끄는 목사는 기도문으로 "인본주의의 얼굴을 한 동성애 합법화 시도를 깨뜨려 달라"고 외쳤다.
이 집회 참가자들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등을 주장하며 숭례문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동성결혼 반대 집회 [촬영 윤민혁]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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