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풍경(13)] 화해 라면,이상숙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5-25 08:20


■[시조가 있는 풍경(13)] 화해 라면,이상숙



사춘기와 갱년기 곱슬머리 엄마와 딸
딱딱하게 말하면 부서지는 우리 사이
불만을 반으로 잘라 한바탕 끓여본다

한마디 건네봐도 말끝마다 뒤엉킬 때
부드러운 면발처럼 조절이 가능할까
후루룩 꿀꺽 삼키다 목소리에 데인다

뾰로통 앞에 놓고 붙어터진 두 얼굴
뜨겁게 담긴 반항 말없이 식어가면
미안해 간편한 말투 곱슬하게 풀어진다

/화해라면, 이상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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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조는 사춘기 딸과 갱년기 엄마가 부딪히며 살아가는 일상의 갈등과 화해를 담고 있다.

날카로운 말과 감정이 오가지만, 결국 서로를 향한 사랑과 미안함이 남아 있다는 가족의 정서를 보여 준다.

‘곱슬머리 엄마와 딸’이라는 표현은 닮은 듯 다른 두 존재를 상징하며,‘뽀로통’, ‘후루룩’, ‘곱슬하게 풀어진다’ 같은 생활어는 소박하고 현실적인 숨결을 더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생활의 언어로 사랑을 끓여낸 점”에 있다.

사춘기와 갱년기라는 두 계절이 한집 안에서 만나면 작은 말 한마디도 불씨가 된다.

시인은 이를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고 “불만을 반으로 잘라 한바탕 끓여본다”는 표현으로 재치 있게 형상화했다.

마치 냄비 속 국물처럼 감정이 끓어오르는 장면이 눈앞에 선하다.
특히 “후루룩 꿀꺽 삼키다 목소리에 데인다”는 구절은 인상적이다.

삼키려던 감정이 결국 말이 되어 튀어나오고, 그 말에 서로 상처 입는 가족의 현실을 절묘하게 드러냈다.

말은 보이지 않지만 가장 뜨거운 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마지막 연은 참 따뜻하다.
뾰로통한 얼굴도 시간이 지나면 식어가고, 결국 남는 것은 “미안해”라는 짧은 한마디이다.

그 한마디가 꼬인 감정을 “곱슬하게 풀어준다”는 표현은 제목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작품 전체를 부드럽게 마무리한다.

이 시조는 갈등을 말하면서도 미움을 남기지 않는다.

결국 가족은 부딪히며 살아도 다시 밥상 앞에 마주 앉는 존재임을 잔잔하게 일깨워 준다.

생활 속 작은 풍경으로 큰 공감을 끌어낸 따뜻한 현대 시조라 할 수 있다.

권오정 문화부장/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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