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왜 필요한가…英음악가 브라이언 이노의 예술이야기
신간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보통 예술이라고 하면 소설, 조각, 음반, 그림, 영화, 발레, 연극, 시, 오페라 등을 떠올린다. 예술가들은 이러한 예술 활동을 직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콜드플레이, U2, 데이비드 보위 등과 협업한 영국 음악가인 브라이언 이노는 신간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에서 "우리가 화장을 하고, 옷과 장신구를 선택하고, 이런 식 혹은 저런 식으로 춤을 추고, 음반을 트는 행동 등도 모두 예술 활동"이라고 말한다.
그는 예술이 특정한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노는 1970년대 록밴드 록시뮤직의 멤버였으며, 이후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현대 대중음악과 전자음악에 큰 영향을 미친 실험적 음악가다. '음악가들의 음악가'로 불리며, '앰비언트 뮤직' 창시자로 꼽힌다. 기후자선단체, 예술공동체 등을 창립한 활동가이기도 하다.
책에서 그는 네덜란드 출신 작가 겸 비주얼아티스트 베테 아드리안스와 함께 예술을 주제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펼친다.
예술이란 무엇인지, 예술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개인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움직이는지 등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지만, 무거운 예술이론서는 아니다. 책은 삽화를 곁들여 친절하게 대화하듯 풀어낸다.
이를테면 드라이버를 예로 들어 예술 활동을 설명한다. 드라이버 날은 나사를 돌리는 기능을 해야 하므로 특정 모양과 크기, 강도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손잡이는 여러 색과 재질,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 '예술'을 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저자는 "예술은 기능이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며 "기능이 적을수록, 다시 말해 꼭 해내야 하는 기능이 적을수록 예술을 할 수 있는 폭은 더 넓어진다"고 설명한다.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컵은 액체가 새지 않고 담겨야 한다. 구멍이 숭숭 뚫리면 제아무리 아름다워도 컵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도예가 그레이슨 페리와 캐롤 맥니콜 같은 도예가는 이러한 제한 없이 컵을 만들고, 이들의 컵으로 누군가 음료를 마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예술을 할 여지가 넓어진다.
논의는 그렇다면 왜 인간이 예술을 즐기고, 이를 가치 있다고 여기는지로 확장된다. 그저 '좋고 즐거우니까'라는 답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또 예술에서 항상 즐거움만 느끼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예술은 '감정을 대리 경험하게 만드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인간 내면에서 새로운 감각과 상상을 일으키고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타진하게 하는 유일한 장치라고 이들은 강조한다.
알에이치코리아. 김희정 옮김.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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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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