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시 (1) 》 노목에 꽃 피아나니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4-30 09:28

< 디카 시 한 편 >


노목에 꽃 피어나니


늙은 나무에
늙은 꽃 피는 게 아니야

'노목에도 새꽃 피어난다'

남의 속 모르고

청춘인 줄 알더라

ㅡ 권오정 작시


◇ ㅡ◇ㅡ◇ㅡ◇ㅡ◇ㅡ◇ㅡ◇ㅡ◇

디카시는 짧지만 꽤 깊은 인식의 전환을 담고 있다.

겉으로는 ‘노목(老木)’과 ‘꽃’이라는 자연의 이미지지만, 실은 인간의 나이와 내면을 교차시키는 시선이 핵심이다.

먼저 첫 구절,
“늙은 나무에 / 늙은 꽃 피는 게 아니야”는 우리가 흔히 갖는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나무가 늙었다고 해서 그 위에 피는 꽃까지 늙었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짚는 것이죠.

여기서 ‘늙음’은 육체나 외형의 시간성이고, ‘꽃’은 생명력이나 정신, 혹은 감정의 은유로 읽힌다.

이어지는 “노목에도 새꽃 피어난다”는 전환의 핵심이다.

늙은 몸에도 여전히 새로움이 있어야한다는 선언이다. 이는 단순한 위로나 낭만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은 나이가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는 현재성’에 있다는 통찰로 볼 수 있다.

“남의 속 모르고 / 청춘인 줄 알더라”에서는 시선이 타자로 이동한다.

겉으로 드러난 ‘꽃’만 보고 그것을 ‘청춘’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즉, 타인의 내면과 시간의 깊이를 읽지 못하는 세상의 단면을 드러낸다.

여기에는 약간의 아이러니와 씁쓸한 유머가 깃들어 있다. 젊어서 청춘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순간 자체가 청춘일 수도 있는데, 사람들은 겉모습으로만 판단한다는 것이지요.

이 시의 미덕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역설적 인식: 늙음 속의 새로움, 노목 위의 새꽃이라는 대비

은유의 간결함: 자연 이미지 하나로 인간 존재를 환기

시선의 전환: 자기 인식에서 타자의 오해로 확장
결국 이 작품은 “나이는 껍질일 뿐, 생의 본질은 여전히 피어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동시에, 타인을 섣불리 규정하는 우리의 시선을 은근히 돌아보게 만드는 힘도 지니고 있지요.

짧지만 사유의 여운이 길게 남는, 잘 다듬어진 디카시이다.

권오정 문화부장/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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