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안전칼럼] 닫힌 공간, 열린 비극 규제의 시대에서 ‘작동의 시대’로-청암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3-22 13:50



2026년 3월, 대전 대덕구의 한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다시 한번 익숙한 질문을 남겼다. 왜 우리는 같은 유형의 사고를 반복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늘 제도를 이야기한다. 법을 강화하고, 처벌을 높이며, 점검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오히려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문제는 ‘제도의 부족’이 아니라 ‘제도의 작동 방식’에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미 아시아에서 비교적 강한 안전 규제를 갖춘 나라다. 건축, 소방, 산업안전 관련 법체계는 촘촘하게 마련되어 있고, 기준 역시 절대 낮지 않다. 그런데도 사고는 반복된다.


이 모순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핵심은 ‘하드 규제’와 ‘소프트 실행’의 간극이다. 법과 제도는 존재하지만, 그것이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유지되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형식적인 점검, 관행적인 구조 변경, 비용을 우선하는 판단이 결합하면서 법은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느슨하게 작동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번 대전 화재에서도 그 모습은 반복되었다.


무허가 구조 변경, 가연성 환경, 부족한 피난 설계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묵인되었고, 점검되었지만 개선되지 않았으며, 위험으로 인식되었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결과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시선을 넓힐 필요가 있다.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일본은 규제가 강한 나라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규제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안전은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반복되는 습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일부 신흥 산업국들은 빠른 성장 속에서 안전이 뒷순위로 유사한 사고를 반복하고 있다.


이들은 규제도 약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안전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그리고 싱가포르는 또 다른 방향을 보여준다. 강한 규제에 더해 데이터 기반 관리와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여 위험이 발생하기 전에 차단하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 이 비교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안전은 법의 문제가 아니라 ‘작동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법은 출발점일 뿐이다.

그 법이 현장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되며, 얼마나 일상적으로 유지되는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결국 필요한 것은 ‘소프트 파워’다. 여기서 말하는 소프트 파워는 문화이자 태도이며, 동시에 시스템이다. 안전을 비용이 아니라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며 점검을 절차가 아니라 책임으로 이해하는 문화이다. 그리고 위험을 데이터로 관리하고 사전에 차단하는 구조다. 이 세 가지가 결합 될 때, 비로소 규제는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번 화재는 기술의 부족을 드러낸 사건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결과이며, 존재하는 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한 결과다. 우리는 더 많은 법을 만들기 전에 이미 있는 법을 제대로 작동시키고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재난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 그것은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 속에서 자라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규제를 더 늘릴 것인가, 아니면 규제를 작동시킬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닫힌 공간은 제도로 열 수 있다. 그러나 비극을 막는 것은, 결국 그 제도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우리의 태도다.



시와 늪 대표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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