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 나선다…이르면 이달 중 착수

지난해 10월 전남 해남군 산이면에서 한 농부가 콤바인을 이용해 벼를 수확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정부가 전국 농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사상 첫 전수조사에 나선다. 농지가 투기 대상이 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다. 수도권 중심의 농지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농업경영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전수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부는 매년 일부 농지를 대상으로 이용 실태를 조사하고 있으나 전체 농지를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 전수조사를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며 “농지법 위반과 관련한 종합적 전수조사로, 특히 투기 위험군을 강도 높게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한 신속하게 시작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부동산이 문제로 농지도 투기 대상이 돼 가격이 비싸다며 농지 전수조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필요할 경우 위법 행위에 대해 농지 처분명령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농지가 너무 비싸 귀농도 어렵다면서 땅값을 떨어뜨려야 한다고도 했다.
현행 헌법에는 ‘국가가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은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한다는 의미다.
농지법 등은 이를 실현하고자 농지의 취득이나 소유를 엄격히 제한한다.
농지법에는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돼야 하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원칙적으로 자신의 농업경영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한다.
다만 농지를 상속받거나 8년 이상 농업경영을 하다가 농사를 짓지 않는 경우, 주말·체험 영농 목적인 경우 등에 예외적으로 소유가 인정된다.
농지 임대 역시 원칙적으로 금지되나, 60세 이상 농업인이 5년 이상 경작한 농지를 임대할 수 있는 등 예외가 인정된다.
농지법에는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농지의 처분 의무 규정도 있다. 소유자가 농지를 불법 임대하거나 휴경할 경우 이를 처분해야 한다. 이행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장이 농지 처분을 명령할 수도 있다.
농식품부는 이번 전수조사에서 농지의 소유·거래·이용·전용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농지 소유자의 농업경영 여부를 조사해 무단 휴경이나 불법 임대차 등을 적발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나 관외 거주자가 취득한 농지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자 준비 중이다.
앞서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신도시 투기 사태로 농지 투기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농지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농업계의 요구가 있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내부 정보를 이용해 농지를 취득한 LH 직원들은 농지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았다.
농식품부는 LH 사태를 계기로 2022년부터 매년 농지 이용 실태 조사를 의무화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조사 대상은 전체 필지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수조사가 불발된 건 인력과 예산이 제한적이었던 까닭이다.
지난 2019∼2023년 5년간 농지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지 처분명령을 받은 이는 7722명에 달한다. 연평균 1500명 이상이다. 처분명령 대상 농지 면적은 917㏊(헥타르·1㏊는 1만㎡)로 여의도 면적(290㏊)의 3배 이상이다.
이번에 전수조사가 이뤄지면 위반 적발 사례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에는 농지법 위반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 대상의 표본조사에 그쳤다.
농식품부는 LH 사태를 계기로 2022년부터 농지원부를 농지대장으로 변경해 모든 농지를 농업인이 아닌 필지를 기준으로 관리 중이다. 4년에 걸쳐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농지 전수조사를 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졌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농지 이용 조사 대상이 대폭 늘어난 만큼 관련 예산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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