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하늘길·호르무즈해협 막혔다… 이란 사태에 산업계 초비상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공격을 주고받으며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된 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한 남성이 에미레이트항공 두바이행 항공편이 결항된 전광판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이란 공습과 이란의 중동 지역 미군기지에 대한 반격이 이어지는 등 중동 정세가 요동치며 국내 산업계도 초비상이다. 중동을 오가는 하늘길이 끊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현지 국가들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임직원 안전 확보에 나섰다. 해상 물류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의 위험도가 높아져 물류 차질도 불가피해졌다. 사태 장기화 시 유가·환율·운임 상승과 공급망 불안정으로 국내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악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각 기업들은 중동에서 근무하는 임직원과 가족, 출장자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대표적이다. 한화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쿠웨이트의 방위산업·금융·기계 분야에 진출했고, 이라크에서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지 체류 중인 임직원은 123명, 가족까지 합치면 172명이다.
한화그룹은 회사별로 현지와 실시간 소통 체계를 구축해 이동 상황과 안전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현지 공관·한인회와 소통하며 교민 등의 안전 확보에도 협조 중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중동 현지 임직원들은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회사는 철저한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당부했다. 중동에 진출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다른 기업들도 체류 직원과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과 중동을 잇는 유일한 국적기 직항인 대한항공 인천-UAE 두바이 노선(주 7회 왕복)은 5일까지 결항됐다. 대한항공은 "6일 이후 운항 여부는 현지 상황을 살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인천을 출발해 두바이로 향하던 항공편은 미얀마 상공에서 회항했다. 이란 이스라엘 카타르 쿠웨이트 UAE 등이 영공을 폐쇄해서다.
국내 산업 중에서는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위기에 처한 석유화학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정부도 업계 의견을 청취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원재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가격 상승, 운임 상승 등이 우려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액화석유가스(LPG) 투입량을 늘리는 등의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도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어떠한 선박의 통행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이례적으로 경고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해양수산부와 각 선사들이 선박 항로와 우회 방안 등에 대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이미 진입한 유조선 등은 최고 속도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 중이고, 나머지 선박들은 우회하거나 정선해 기다리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제조업 역시 유가·환율·운임 동반 상승으로 인한 간접적 영향권에 놓였다. 완성차업계는 중동 시장 비중이 적고,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자동차 운반선 물량이 많지 않아 직접적인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사태 장기화 시 현대자동차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합작해 중동 첫 생산 거점으로 건설 중인 현대모터제조중동(HMMME)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황을 주시하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도 당장의 영향보다 사태가 길어질 경우 발생할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체 운송 경로를 찾는 과정에서 증가하는 각종 비용 등이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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