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 망각한 권력의 ‘야만적 행위’

인간이 집단을 이루면서도 여타의 동물과 다른 점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지킬 줄 아는 ‘수치심’을 갖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집단의 거대화 및 차별화가 진행되면서, 윤리·도덕을 보완하는 법과 같은 ‘제도’의 도입·확충이 요구된다. 따라서 만약 법이 없다면 강자의 횡포로 막대한 사회적 손실(거래비용)을 가져 올 수 있는 점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즉 사회제도의 목적은 정의 또는 공정성을 바탕으로 시민들에게 보편적인 결과의 예측가능성을 제공하여, 불필요한 ‘사회적 손실의 최소화’와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꾀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른바 ‘힘 있는 자’들에 의해, 정의 및 효율성 등과 같은 사회의 기본적 원칙뿐만 아니라 수치심조차 망각한 ‘야만적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 , 표절의혹 국회의원의 복당, 원전을 추진하는 역할을 하는 부처가 규제권한까지 가지려는 시도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이, 일반시민의 상식 즉 예측가능성을 철저히 무시하는 비합리적 사례들이 통용된다면, 머지않아 사회는 거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정당이 권력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이익집단인 만큼, 머릿(의원)수의 확보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당연할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의 행복 및 상식과는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하찮은(?) 문제로 치부하는 논문 표절 의혹도, 금품수수 의혹도,정당의 단순한 이기적인 이익추구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질서의 붕괴를 가져 올 수 있다. 공동체의 공통된 가치 또는 규범의 상실로 인한 혼란상태 즉 ‘아노미현상’을 가져 오기 때문이다.
20세기의, 국내에는 기본적인 원칙의 존중보다는 힘 있는 자의 편의(?)가 우선되는, 아노미현상의 사회가 계속되었다. 특히, 유신시절은 독재정권의 유지를 위해 피의자를 사전 구속영장도 없이 체포하여 사형까지 하는, 힘 있는 자들을 위한 ‘야만의 시대’였다.
즉, 반공과 경제성장을 앞세워 기본적인 인권의 무시 및 빈부 격차를 조장하면서, 인류공통의 가치관도 쉽게 부정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나는 위의 비합리적인 사례를 보면서 마치 유신시절로 회귀하는 듯한 착각과 함께,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지 않으면, 역사가 스스로 찾아온다’는 말도 되새겨 보게 된다.
한편, 국내경제를 지배하는 일부 거대기업들은 국적조차 잊은 채, 이익확대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 글로벌 규모의 경영을 하는 21세기를 맞이하고 있다. 다른 한편, 국민들의 삶도 경제적인 풍요라는 ‘양의 확대’에서 사회복지의 충실 같은 생활의 ‘질의 향상’으로 옮겨 가는 등 다양화되고 있다.
종래와 같이, 높은 경제성장률 지상주의는 인간의 행복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결코 목표가 아니며, 게다가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맹목적인 경제성장률 추구가 아니라, 오히려 공정한 ‘분배’에 중점을 두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러나 산업부는 경제성장 지상주의만을 앞세워 무분별한 에너지 확대정책울 고수하고 있다.
전형적인 이중규제로서 규제인력·자원의 분산과 책임의 불명확화 등을 가져와, 오히려 원전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직 강화가 원전 안전성의 향상에 바람직하며 또 국제적으로 ‘기본적인 원칙’이기도 하다. 몇몇 힘 있는 자들의 ‘힘 자랑’ 때문에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
현 정권하의 정치 및 행정조직이 가진 21세기의 구태의연한 패러다임은 선진국으로의 안정은 커녕, 국가의 지속가능성조차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입으로 경제성장보다는 공정한 분배 및 복지 충실 그리고 수출보다 내수 증진 등과 같이, 자립적이며 공정한 사회형성을 목표로 해야 한다. 시민들이 ‘기본적인 원칙’을 존중하면서, 특히 힘 있는 자들이 기본적인 원칙의 준수로 입는 손실(?)을 기꺼이 감수할 때, 선진화된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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