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모든 순간을 사랑할 결심' 출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1990년 한국에 와서 줄곧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살아온 이탈리아 출신 김하종(빈첸초 보르도) 신부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 '모든 순간을 사랑할 결심'을 출간했다.
올해 세는 나이로 일흔이 되고, 내년이면 사제 서품 40년을 맞는 김 신부는 이 책 속에서 "모든 계절이 선물"이었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사랑과 나눔의 메시지를 전한다.
오블라띠선교수도회 소속 사제로 한국 땅을 밟은 김 신부는 1993년 경기도 성남에 무료 급식소 '평화의 집'을 세우며 "인생의 운명과도 같은 옷" 앞치마를 처음 입게 됐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로 노숙인이 급증한 1998년 '안아주고 나눠주며 의지하는 집'이라는 뜻의 '안나의 집'을 설립해 노숙인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앞치마는 제가 사제복보다 많이 입은 옷이며, 밥을 짓는 일은 저의 기도였고, 쌀포대는 저희 십자가였습니다."(110쪽)
몇 년 전 고향 이탈리아에 갔다 코로나19에 걸려 격리됐던 그에게 따뜻한 수프와 파스타로 채워진 바구니를 줄에 매달아 전해줬던 어머니처럼, 신부는 "한국의 가족들을 위해 밥을 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했다.
늘 사회의 어두운 곳을 찾아다녔던 만큼 시련도 많았다.
서울역 주변에서 빵을 나눠주다 위협을 당한 일도 있었고, 급식소에서 행패를 부리는 이들도 있다. '왜 멀쩡한 사람들에게 밥을 주냐'며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고, 이유 없이 자신을 고소한 직원과 법정 공방을 벌이며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적도 있었다.
김하종 신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 신부는 그러나 결국 교도소에 가게 된 그 직원을 위해 탄원서를 써주고 "제가 만든 원망과 억울함과 분노의 감옥"에서 빠져나왔을 때처럼, 자신에게 닥친 시련도 포용하고 선물로 여겼다.
난독증이라는 자신의 장애조차 '인생의 선물'이라고 신부는 말한다.
"난독증이라는 고난은 제 손을 잡고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으로 안내했고, 이웃의 상처를 저의 아픔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57쪽)
안나의 집은 현재 노숙인 급식소뿐 아니라 노숙인 자활센터와 청소년 쉼터 등도 운영하고 있다. 약 160명의 청소년이 교육과 자립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김 신부는 책에서 "안나의 집 사명의 중심은 점차 거리의 청소년들에게로 옮겨가고 있다"며 "청소년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소중히 지켜나가야 할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안나의 집을 운영한 지 내후년이면 30년이 되는 김 신부는 "내 꿈은 안나의 집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돈이 없어 밥을 굶는 형제자매가 단 한 사람도 없어서, 안나의 집이 문을 닫는 것입니다. 꿈처럼 그런 날이 찾아오면 저는 안나의 집 열쇠를 던져버리고 오전에는 자전거를 실컷 타고 오후에는 반려견 '루이비통'과 산책하며 행복한 할아버지로 살아갈 생각입니다."(233∼234쪽)
김영사. 240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