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연구 지속하도록 기초과학 연구자에게 자유 줘야"
공업화학회 학술대회서 "MOF, 환경·의료분야에 기여할 것"
강연하는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 [촬영 신선미]
(부산=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는 29일 최근 각국의 연구개발(R&D) 지원과 관련해 "가시적인 성과를 빠르게 보여줄 수 있는 응용연구에 치우쳐 있는데, 근원이 되는 기초연구를 제대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타가와 교수는 이날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공업화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구자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도록 지나친 간섭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연구에 단기적인 성과를 요구하거나 빈번하게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기초연구에서는 새로운 발견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고, 그 연구에서 중요한 성과가 나오면 이를 신속하게 발굴해 중점연구로 발전시키면서 투자를 집중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타가와 교수는 노벨상 수상 분야인 '금속-유기 골격체'(MOF)의 출발점도 기초연구라고 전했다.
그는 장자의 '무용지용'(無用之用·쓸모없는 것의 쓸모)을 언급하면서 "도움이 안 된다고 했던 구리 1가 이온 연구가 MOF 연구로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타가와 교수는 MOF라는 새로운 분자 구조를 개발한 공로로 다른 두 명의 과학자와 함께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MOF는 금속 이온과 유기물 분자를 연결해 만든 구조체로, 내부에 미세한 구멍이 수없이 많아 다른 분자들이 드나들 수 있다.
MOF의 이 같은 성질을 활용하면 공기 중에서 수분을 얻어 물을 만들거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기타가와 교수는 MOF가 미래 에너지원으로 가능성이 있는 공기 속 특정 기체를 분리·정제하는 시스템 구축에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OF가 기체를 포집하고 농축, 저장하는 일종의 '분자 정제소'(molecular Refinery)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사람 몸에서 나오는 미량의 기체를 감지해 진단이나 건강 모니터링에도 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타가와 교수는 "MOF는 앞으로 환경과 에너지뿐 아니라 의료, 건강 분야 등에서 폭넓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진보가 과학기술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AI는 연구를 가속한다"며 "제가 30대 연구자였을 때는 한 아이디어를 검토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관련 문헌을 찾아보는 데 3일 정도가 걸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러한 조사 작업을 몇 분 만에 수행할 수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이어 "연구자들은 AI를 통해 단순 조사와 반복 작업에 쓰는 시간을 줄이고, 확보한 시간을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데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타가와 교수는 젊은 연구자가 가져야 할 자세로는 '운·둔·근'(運·鈍·根)을 조언했다. 능동적으로 준비하고 끝까지 파고드는 우직함과 끈기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