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보안 구역 진입 여부 관리 안 돼…부산해수청 "구분하기 어려워"
전문가 "출입 관리·적발 이후 조치 등 보안 체계 전반 점검해야"
컨테이너 가득쌓인 부산신항 [연합뉴스 자료 사진]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가급' 국가중요시설인 부산항 신항에서 외부인 무단출입이 잇따르고 있지만 출입 관리는 매우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항 신항에 무단출입했거나 출입을 시도하려는 사람이 부산신항보안공사 특수경비원에게 적발되면 당사자는 해당 부두 정문 초소로 인계돼 자필 경위서를 작성한다.
이후 특수경비원이 작성한 적발 경위서와 상황보고서 등이 부산신항보안공사 등에 전달되고, 부산신항보안공사는 관련 내용을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 보고한다.
그런데 부산해수청은 현장으로부터 무단출입 사례를 보고받고도 적발자가 미수에 그친 것인지, 실제 항만에 진입한 것인지 구분하지 않고 있다.
항만에 진입하기 전 입구에서 적발돼 미수에 그친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항만의 진입 여부는 행정처분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다.
따라서 지난해 1월부터 지난 22일까지 부산항 신항의 무단출입 및 미수 사례는 572건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항만 안으로 무단 진입한 사례가 몇 건인지는 파악되지 않으며 부과된 과태료도 없다.
부산해수청 관계자는 "실제 항만에 진입한 사례와 진입 전 적발된 사례가 모두 포함돼 있다"며 "각각 몇 건인지는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해양수산청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처럼 최고 등급의 국가중요시설에서 무단출입이 잇따르는데도 실제 진입 여부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출입 관리와 사후 조치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중요시설은 국가안전에 미치는 중요도에 따라 가급부터 다급까지 구분되며, 부산항 신항은 이 가운데 최고 등급인 '가급'에 속한다.
가급은 파괴되거나 기능이 마비될 경우 광범위한 통합 방위작전이 요구되고 국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이다.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대법원, 원자력발전소, 대규모 산업시설, 국제공항 등이 해당한다.
한 단계 아래인 나급에는 대검찰청과 경찰청사, 일정 수준의 발전시설, 주요 국내 비행장 등이 포함된다.
더욱이 항만은 사람과 화물이 국경을 넘나드는 관문으로, 밀항이나 밀수 등 불법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철저한 출입 통제가 요구된다.
밀출국 20대 검거 [창원해경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항만 무단 침입이 밀출국 시도 등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20년 5월 에리트레아 출신 20대 남성이 부산항 신항에 무단으로 들어간 뒤 중국 상하이행 컨테이너선에 몰래 올라타 밀출국을 시도했다.
당시 이 남성은 부산항 신항을 출항한 선박 보일러실에 숨어 있다가 선원에게 발견됐으며 이후 해경에 검거됐다.
외국의 군 당국도 항만 보안구역 침입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5월 부산 남구 우암동의 한 부두에 무단으로 들어가 낚시하던 60대와 30대 부자가 적발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 해당 부두에는 유지·보수·정비(MRO)를 위해 미 해군 군수지원함이 정박해 있었으며, 미 해군 범죄수사국이 부산경찰청에 정식으로 수사를 요청하면서 경찰 수사가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항만 무단 출입이 밀출국이나 주요 시설의 보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부산신항의 출입 관리부터 적발 이후 조치까지 보안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찰학을 전공한 함혜현 국립부경대 미래융합학부 교수는 "항만 운영 과정에서 경영과 수익성을 중요시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보안 문제에는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평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다가 무단이탈 등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수부가 무단 출입 관련 통계를 항목별로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물론 실제 무단 침입이 발생했을 경우 전문가가 나서 경위와 보안상 위험성을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충분한 교육과 계도가 이뤄졌는데도 무단 출입이 반복된다면 고의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큰 만큼 그에 상응하는 처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석 신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항은 항공보안법을 통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보안을 요구하는 데 비해 항만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측면이 있다"며 "국가중요시설인 항만도 관련 법과 제도를 항공보안 수준으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항만은 밀입국이나 대규모 마약 밀반입 등 각종 범죄의 통로로 악용될 위험이 적지 않다"며 "부산이 해양수도를 내 건 만큼 보안 문제도 함께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