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입힌 선풍기부터 브라운관 TV까지…사비나미술관서 13점 선보여
황재원 작 '자꾸 궁금한 핸드폰' [사비나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바늘 끝에 실을 걸고 고리를 만든 뒤, 다음 고리로 천천히 넘긴다. 같은 동작을 수백, 수천 번 반복하며 한 땀씩 면을 채운다. 기계의 속도 대신 사람의 손과 시간을 들여 완성하는 작업이다.
사비나미술관에서 황재원(32)의 개인전 '느리게 연결 중'이 열리고 있다. 섬유와 공예를 활용한 작품 13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의 '연결'은 디지털 환경의 즉각적인 접속과는 다르다. 한 코와 다음 코가 이어지듯 작가의 기억과 관람객의 기억이 서서히 만나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는 뜨개질과 직조처럼 느린 손의 행위로 텔레비전, 선풍기, 휴대전화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사물을 새로운 감각의 조형물로 바꾼다. 단단하고 차가운 산업제품은 부드러운 촉감을 얻고, 기계의 효율은 손의 노동이 쌓인 시간으로 대체된다.
황재원 작 '시원하니?' [사비나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원하니?'는 선풍기 날개에 털실을 입힌 작품이다. 빠르게 돌아가 바람을 일으켜야 할 선풍기에 느린 손의 시간을 더했다.
'애국가도 끝난 시간'은 브라운관 텔레비전에 직조의 질감을 입혔다.
멈춘 선풍기는 무더운 여름날 가족과 나눈 대화를, 털실을 입은 오래된 텔레비전은 어린 시절 늦은 밤의 거실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자꾸 궁금한 핸드폰'은 휴대전화 모양의 나무 틀 위에 실을 한 땀씩 덧입힌 작품이다.
즉각적인 연결과 반응을 만들어내는 휴대전화를 느린 뜨개질로 감싸 속도의 대비를 보여준다.
황재원 작 '애국가도 끝난 시간' [사비나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황재원은 국민대학교에서 입체 미술을 전공하고 동대학원 입체미술과를 졸업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과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익숙한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 일상을 살아가는 속도를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대교국제조형심포지엄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전시는 10월 11일까지.
황재원 개인전 '느리게 연결 중' 포스터 [사비나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