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조력 주장 재점검…사법부, '죽기 전 심판' 막판 총력전
2022년 나치 부역자로 법정에 끌려나온 독일의 97세 노인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독일 검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진 다수의 살인 사건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 105세 남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도르트문트 지방검찰청은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제네 지역에 있던 슈탈라크 326 포로수용소의 감시원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105세 남성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성명을 통해 피의자가 "수용소에서 한 활동 때문에 다수의 살인 방조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수용소는 1941년부터 1945년 4월까지 18만∼20만명의 소련군 포로를 수용했던 곳이다.
전쟁 당시 소련군 포로 최대 570만명이 독일에 수용됐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살아남지 못했다.
이번 수사는 나치 부역자들이 사망하기 전에 법정에 세우려는 독일 사법당국의 시급한 막판 총력전의 결과로 평가받는다.
슈탈라크 326 포로수용소가 있던 곳 근처에 있는 소련군 희생자 추모 묘지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사법적 노력은 2차 대전 후 80년간 단순 조력자라는 이유로 처벌을 피했던 수많은 피의자가 실제로는 히틀러 정권의 살인 실행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판례는 폴란드의 소비보르 절멸 수용소에 간수로 근무했던 존 뎀야뉴크 재판을 계기로 마련됐다.
그는 수용소 근무 당시 2만8천명 이상의 유대인 살인을 공모한 혐의로 2011년 금고 5년 형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독일은 전후 유대인 학살에 직접 가담한 증거가 있는 이들만 처벌하다가, 이 판결을 계기로 학살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관의 구성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뎀야뉴크는 항소를 기다리던 중 고령과 건강 악화로 2012년 3월 91세의 나이로 사망해 실제로 수감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의 재판은 공모 혐의 입증 기준을 낮춰 90대, 나아가 최근에는 100세가 넘은 고령자들까지 재판에 세울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