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가위
더도 덜도 말고 오늘 같이 좋은 날에
떠나신 우리 님들 다시는 아니오고
술 한 잔
나눌 이 없어
보름달을 불렀소
사방을 둘러 봐도 산 사람 다 왔는데
가슴에 맺혀있는 가신 님 소식 없고
옛 집에
빛 바랜 사연
곳곳에 속삭인다
/권 비오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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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조는 추석을 앞둔 명절의 풍경 속에서 먼저 떠난 이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잔잔하게 배어 있습니다. 특히 ‘보름달’과 ‘옛 집’이 정서를 오래 머물게 합니다.
이 작품은 명절의 풍요로움과 부재의 쓸쓸함을 대비시켜, 세월과 이별의 의미를 담아낸 추석 시조다.
초장과 중장에서 “더도 덜도 말고 / 오늘 같이 좋은 날에”이라며 명절의 평안과 넉넉함을 말하지만, 곧 “떠나신 우리 님들”을 떠올리면서 분위기는 그리움으로 전환된다.
특히 “술 한 잔 나눌 이 없어 / 보름 달을 불렀소”는 이 작품의 중심 정서다. 함께 잔을 기울이던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 보름달을 벗 삼는 모습에서 상실과 그리움, 그리고 애잔한 위로가 느껴진다.
둘째 수에서는 “사방을 둘러봐도 / 산 사람 다 왔는데”라는 표현을 통해 사람은 가득하지만 정작 있어야 할 사람은 없는 역설을 보여준다. 육신은 떠났지만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살아 있는 존재들이다.
마지막의 “옛 집에 / 빛 바랜 사연 / 곳곳에 속삭인다”는 특히 여운이 깊다. 집이라는 공간에 남겨진 물건과 흔적들이 지나간 세월을 말없이 증언하는 장면으로, 개인의 추억을 넘어 한 가족의 역사와 세월의 흔적으로 정서를 확장한다.
전체적으로 이 시조는 큰 목소리로 슬픔을 외치기보다 달빛, 옛집, 빛바랜 사연 같은 구체적인 이미지로 그리움을 낮게 읊조리는 작품이다.
명절은 만남의 시간이면서 동시에 떠난 이를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게 하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일깨운다.
특히 “술 한 잔 나눌 이 없어 / 보름달을 불렀소”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좋은 구절이다.
“명절의 보름달 아래, 살아 있는 사람보다 떠난 사람이 더 그리워지는 순간을 담아낸 애상적 추석 시조.”
라고 할 수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