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으로 변형된 손가락에도 3천안타-500홈런 친 야구 영웅 장훈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9-10 13:53

일본야구 규정 바꿔 한국인으로 당당히 프로 데뷔…번트는 딱 4번만


재일교포 일본야구 영웅 장훈, 9일 별세…향년 86세재일교포 일본야구 영웅 장훈, 9일 별세…향년 86세 (도쿄 교도=연합뉴스) 재일교포인 일본프로야구의 영웅 장훈(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 해설위원이 별세했다. 향년 86세.

일본프로야구 전·현직 선수들로 구성된 명구회는 10일 "장훈 위원이 9일 오전 일본 도쿄 도내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1940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 장훈 위원은 1959년부터 1981년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며 최다 안타 기록(3천85개)을 세우는 등 통산 타율 0.319, 504홈런, 1천676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특별보좌로 활동했으며 2007년엔 한국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사진은 1978년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 시절 장훈. 2026.9.10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교과서 문제 등으로 한일 감정이 좋지 않던 1970∼1980년대 장훈(1940∼2026)은 일본프로야구에서 차별에 맞서 불굴의 투지로 한국인의 기상을 떨치던 야구인으로 유명했다.


특히 신체 결함을 이겨내고 1936년 출범한 일본프로야구(NPB)에서 유일하게 통산 3천 안타와 500홈런을 달성한 위대한 타자로 한국과 일본 팬들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다.


9일 별세한 장훈 위원의 오른손 손가락이 일반인과 비교해 판이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경남 창녕 출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부모 사이에서 1940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고인은 4살 때 모닥불에 화상을 입었다. 그 여파로 오른손 엄지와 검지는 심하게 구부러지고 약지와 새끼손가락이 달라붙었다.


오른손 손바닥도 제구실을 못 해 악력이 심하게 떨어지자 장훈 위원은 어쩔 수 없이 오른손잡이에서 왼손잡이로 변신했다.


왼손잡이라지만, 타격할 때 방망이를 휘두르려면 오른손으로 끝까지 밀어줘야 한다. 그 성치 않은 오른손을 활용해 장훈은 일본프로야구에서 타격왕 7번, 출루왕 9번, 최다 안타왕 3번을 차지하고 신인왕, 최우수선수도 받은 대타자가 됐다.


요즘엔 일본프로야구에서 뛰다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늘어 일본에서만 장훈이 남긴 3천85안타는 불멸의 기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일하게 안타 3천개를 넘긴 장훈은 홈런도 504개를 쳐 정교함과 펀치력을 동시에 뽐냈다.


재일교포 일본야구 영웅 장훈, 9일 별세…향년 86세재일교포 일본야구 영웅 장훈, 9일 별세…향년 86세 (도쿄 교도=연합뉴스) 재일교포인 일본프로야구의 영웅 장훈(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 해설위원이 별세했다. 향년 86세.

일본프로야구 전·현직 선수들로 구성된 명구회는 10일 "장훈 위원이 9일 오전 일본 도쿄 도내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1940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 장훈 위원은 1959년부터 1981년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며 최다 안타 기록(3천85개)을 세우는 등 통산 타율 0.319, 504홈런, 1천676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특별보좌로 활동했으며 2007년엔 한국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2026.9.10 photo@yna.co.kr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탓에 누나를 잃고 이후 아버지마저 여읜 장훈은 학창 시절 한국인을 차별하는 일본 학생들에게 주먹으로 맞서는 등 방황하다가 뛰어난 실력으로 야구에 매진해 프로 선수로 성장하게 된다.


장훈이 일본프로야구 규정을 바꾼 일 또한 잘 알려진 일화다.


장훈을 영입하려던 도에이 플라이어스 구단(현 닛폰햄 파이터스)은 팀당 외국인 선수를 2명으로 제한하던 당시 규정에 따라 장훈에게 일본 귀화를 권유했다.


그러나 "조국을 팔면서까지 야구할 필요 없다"던 어머니의 강력한 반대로 장훈은 한국 국적 보유로 맞섰고, 결국 일본야구기구는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선수는 국적이 외국일지라도 외국인 선수 규정에서 제외한다는 '예외 규정'을 신설해 장훈의 프로행을 승인했다.


이 규정 덕분에 이후 적지 않은 재일동포 선수들이 한국인의 자존심을 유지하며 일본프로야구를 누비게 됐다.


장훈과 '안타 제조기'라는 말은 동의어다.


20시즌 연속 100안타 이상을 쳤고 그중 9번은 한 시즌에 150안타 이상을 때렸다.


9년 연속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해 일본프로야구 이 부문 기록을 보유 중이다.


발도 빨라 도루도 319개나 남겼다. 타율 3할과 500홈런, 300도루를 모두 달성한 일본프로야구 유일한 타자다.


키 181㎝, 몸무게 85㎏로 우람한 체격에서 뿜어나오는 안타, 장타로 장훈은 딱히 번트를 댈 필요가 없어 통산 4개의 희생번트만 댔다.


재일교포 일본야구 영웅 장훈, 9일 별세…향년 86세재일교포 일본야구 영웅 장훈, 9일 별세…향년 86세 (서울=연합뉴스) 재일교포인 일본프로야구의 영웅 장훈(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 해설위원이 별세했다. 향년 86세.

일본프로야구 전·현직 선수들로 구성된 명구회는 10일 "장훈 위원이 9일 오전 일본 도쿄 도내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1940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 장훈 위원은 1959년부터 1981년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며 최다 안타 기록(3천85개)을 세우는 등 통산 타율 0.319, 504홈런, 1천676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특별보좌로 활동했으며 2007년엔 한국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서울에서 열린 소장품 기증식에서 포즈를 취하는 장훈. 2026.9.10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엔 일본의 야구 영웅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의 스퀴즈 번트 사인을 무시하고 안타를 쳐 경기 후 나가시마 감독에게 한 소리를 듣기도 했다.


타율 0.3834로 일본프로야구 한 시즌 최고 타율 기록을 19년 만에 갈아치운 1970년에 장훈은 희생번트가 아닌 자신이 살기 위해 대는 세이프티 번트로 타율 신기록을 작성했다.


천하의 장훈이 번트로 단일 시즌 타율 신기록을 쓰자 '비겁하다'는 비판론도 등장했지만, 장훈은 훗날 "도리어 세이프티 번트를 자주 대지 않아 타율 4할을 못 친 게 아쉽다"는 취지로 술회했다.


장훈의 타율 0.3834는 랜디 바스가 1986년 0.389로 높일 때까지 26년간 일본프로야구 단일시즌 최고 타율 기록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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