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소재 두 친구 흥망성쇠 그린 변요한·노재원…"인간 욕망에 초점"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포커 카드 스페이드에는 악마의 이름이 붙어 있다. '스페이드 A'는 루시퍼, '스페이드 2'는 벨제붑이다.
루시퍼는 본래 천사였다. 그러나 타락해 신으로부터 버림받았고 지옥으로 갔다. 지옥에는 또 다른 악마 벨제붑이 있었다.
루시퍼와 벨제붑은 지위를 포함한 모든 것을 걸고 한 판의 도박을 한다. 결과는 타락 천사 루시퍼의 승리. 패자 벨제붑은 모든 것을 잃고 가장 더럽고 추악한 악마를 상징하는 똥파리로 변한다.
9일 시사회에서 공개된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절친한 두 친구 장태영과 박태영의 우정과 복수를 그린 영화다.
사업가 장태영(변요한 분)은 똥파리가 되는 악몽을 꾸며 잠에서 깨어난다. 타고난 직감으로 온라인 카지노 사업을 성공시키며 승승장구해 왔지만, 친구 박태영(노재원)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은 처지가 됐다. 꿈속에서 그가 똥파리가 되는 모습을 박태영은 웃으며 바라봤다.
장태영은 박태영을 향한 복수심을 품고 포커를 배우기 시작한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2006년 '타짜'를 시작으로 '타짜-신의 손'(2014), '타짜: 원 아이드 잭'(2019)까지 이어진 '타짜' 시리즈를 20년 만에 종결짓는 작품으로, 허영만 화백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다른 '타짜' 시리즈처럼, '벨제붑의 노래'도 주인공이 고난을 겪고 밑바닥까지 내려간 뒤 성장하고 복수하는 서사가 큰 줄기를 이룬다. 이번에는 두 친구의 이야기라는 점이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이름이 같은 장태영과 박태영은 학창 시절을 함께한 절친한 사이다. 운과 머리를 타고난 장태영과 노력파 박태영은 함께 손잡고 사업을 벌여 탄탄대로를 걷는다.
그러나 두 친구가 서로 다른 성향이라는 점이 비극의 씨앗이 된다. 언제나 자신의 운이 좋지 않다고 느낀 박태영은 장태영을 시기하고 질투한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처럼 보이는 둘의 관계는 박태영의 배신으로 파국을 맞는다. 장태영은 포커를 배워 박태영을 쓰러뜨리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한국을 넘어 일본, 베트남 등으로 무대가 확장된 점도 이전 시리즈와 다른 점이다. 베트남은 장태영이 몰락하고 복수의 칼날을 가는 주요 공간으로 활용되며 새로운 그림을 만든다.
일본·베트남 배우들이 합세한 점도 새롭다. 야쿠자 조직을 이끄는 거물 사사키 역의 이하라 쓰요시를 비롯해 사사키 밑에서 일하는 가네코 역의 미요시 아야카, 포커판을 흔드는 베트남 회장 역의 홍 다오 등이 얽히고설키는 관계를 만들며 몰입감을 더한다.
여기에 장태영에게 포커를 가르치는 스승 곽동욱 역의 배우 조우진, 살인 청부업자 조중환 역의 윤경호가 안정적인 연기로 극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연기에 도전한 문지훈(래퍼 스윙스)도 눈에 띄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벨제붑이 똥파리로 변한 이야기처럼, 영화는 화려한 승자보다는 추락한 패자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천국에 가기 위한 싸움보다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한 싸움이 더 처절한 것처럼, 서로를 끌어내리려는 장태영과 박태영의 사투는 필사적으로 다가온다. '누가 가장 추악하고 더러운 악마'인지 가리는 과정에서 노재원이 보여준 다층적 면모는 꽤 인상적이다.
다만 영화 중반까지 촘촘히 쌓아가던 관계와 서사가 단순한 반전으로 맥없이 풀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 주요 인물들이 모여 마지막 도박판을 벌이는 결말은 '타짜'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지만, 익숙한 장면이라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연출을 맡은 최국희 감독은 이날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타짜 4'의 원작은 1∼3편과 달리 외전의 성격을 지닌다. 원작에서부터 드라마가 짙었다"며 "시기와 질투, 배신 등 인간의 욕망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원작의 그런 지점을 작품에 잘 녹여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타짜' 마지막 작품을 선보이는 소감을 밝혔다.
변요한은 "20년 만에 '타짜' 시리즈를 종결해 속이 후련하다"며 "종결 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그런 것을 집어 던지고 '우리 것을 만들자'고 하며 똘똘 뭉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노재원은 "'타짜'를 종결시키는 작품을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 같지 않다"며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23일 개봉. 129분.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 [연합뉴스 자료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