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교도소 꽉 차서 '솜방망이 처벌'?…형량 아닌 가석방엔 영향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8-14 06:49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 125.8%…인권위, 2003년부터 '과밀 수용 해소' 권고


검찰·법원 "과밀 수용, 구속·형량 판단에 영향 없어"


가석방은 과밀수용 해결책 중 하나…올해 인원 30% 확대 목표


법무부, 안양교도소서 제2차 교정시설 현장 진단 실시법무부, 안양교도소서 제2차 교정시설 현장 진단 실시 (서울=연합뉴스) 법무부가 4월15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안양교도소에서 실시한 제2차 교정시설 현장 진단에서 수용복을 착용한 법조기자단이 수용자의 일과를 직접 체험하는 모습. [법무부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교도소의 과밀 수용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가석방 확대가 해결 방안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정 사안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거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수감자가 형기보다 일찍 출소할 때 그 배경에도 교도소 과밀 수용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해 기준 전국 교정시설의 평균 수용률은 125%를 넘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3년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과밀 수용 해소를 권고했다.


그렇다면 가석방이나 법원 선고 형량 등에 교정시설 과밀 수용 문제가 정말 영향을 끼칠까. 사실이라면 어느 정도나 영향을 주는 것일까.


과밀 수용을 고려해 수사·재판단계에서 불구속 원칙을 실현하라는 권고·요청은 있었으나, 구속영장 발부 및 보석 등과 관련한 법적 요건이 명백한 만큼 과밀 수용을 판단 요소로 삼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반면 가석방 확대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과밀 수용 해결을 위한 정책 방향이다.


교정시설 과밀과 형량·가석방 등과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안양교도소안양교도소 [법무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 125.8%…인권위 등 과밀 수용 해결 지속 권고


우리나라 교정시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포화 상태다.


법무부의 '2026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교정시설의 평균 수용률은 125.8%에 달한다.


수용자 처우 개선 차원에서 수용거실 1인당 수용 면적 기준을 개정한 2002년 이듬해인 2003년 132.9%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은 1991년 이래 3개년을 빼고는 모두 100%를 넘겼다. 2024년 122.1%를 기록한 후 지난해는 3.7%포인트 늘어나면서 2년 연속 120%대를 기록했다.


특히 전국 55개 교정기관 중 80%인 44개 기관에서 110% 이상의 수용률을 보였고, 이 중 18곳은 130% 이상의 수용률을 나타냈다.


헌법재판소는 과밀 수용에 대해 2016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과밀한 공간에서 이뤄진 수용 행위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22년에는 대법원이 수용자 1인당 면적이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어려울 정도로 협소한 과밀 수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원심은 화장실을 제외한 1인당 도면상 면적 2㎡ 미만을 위법성 판단 기준으로 삼았고, 대법원도 이에 수긍했다.


인권위는 2003년부터 교정시설 과밀 수용 문제를 조속히 개선할 것을 권고해 왔다.


인권위는 지난해에도 "수용 면적이 인간으로서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려울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그 자체만으로 이미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은 처우"라며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2026 교정통계연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 수사·재판단계 불구속 권고 있지만…"실제 영향 있다고 보기어려워"


그렇다면 일각의 주장대로 과밀 상황이 실제 법원의 구속·형량 등 판단에 영향을 줄까.


법조계에서는 과밀 상황을 구속영장 청구나 발부, 선고형 등을 결정할 때 판단 요소로 삼는 것은 제도상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한다.


다만 최종 선고가 아닌 수사·재판 과정에서는 과밀 해소 정책 차원에서 '불구속 수사·재판을 적극 활용해달라'는 권고·요청은 있었다.


인권위는 2018년 교정시설 과밀 수용 직권조사 결정문에서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에게 "불구속 수사·재판의 원칙을 구현해 미결구금(범죄 혐의를 받는 자를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구금하는 것)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부산구치소도 2024년 말 검찰과 경찰, 법원에 '부산구치소 과밀 수용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수사기관이 구속영장 청구를 숙고하고 법원은 보석이나 구속집행정지 등 석방 요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법무부도 올해 마련한 '제2차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기본계획'에서 ▲ 기소유예와 같은 비형벌화 요구 ▲ 한시적 노역장 유치 집행 보류 요청 ▲ 환자 등 구속·형(노역) 집행정지 적극 활용을 과밀 수용 해소 방안으로 제시했다.


신축 대구교도소 전경신축 대구교도소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불구속 수사·재판의 확대 경향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2025 사법연감'을 보면 구속영장 접수는 2015∼2020년 연간 6∼7만 건대를 유지하다가 2021년 5만7천297건으로 감소한 뒤 2024년까지 5만건대에 머물렀다. 발부율도 2020년 82%에서 2024년 76.9%로 감소세다.


2024년 영장 접수 인원 대비 구속 인원 비율은 9.2%로, 2015년 12.8%보다 3.6%포인트 줄었다.


2019년까지 10% 이상이던 구속인원 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2022년 8%대로 떨어졌고, 2023∼2024년에는 9%대를 유지하는 등 감소 흐름이 나타났다.


다만 이를 두고 교정시설 과밀을 완화하려는 정책적 기조의 영향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의 강화나 수사·재판 관행 변화 등 다른 요인의 영향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연감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보석 허가율은 2015년 38%에서 2024년 30.5%로, 체포·구속적부심 석방률은 2016년 15.3%에서 2025년 6.3%로 오히려 감소했다.


관계기관은 교정시설의 과밀 수용이 구속영장 청구 및 신병 판단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과밀 수용이 구속을 결정하는 요건에 들어가지 않는 만큼 구속영장 청구 시 고려 대상이 될 수 없고, 불구속 수사 원칙 구현의 목적이 아닌 과밀 수용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결구금을 줄이라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도 "구속영장 등은 증거 인멸, 도주 우려 여부 등 구체적인 사유에 따라 발부되고, 보석 또한 허가 사유가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만큼 교정시설 과밀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법무부, 청주여자교도소서 제3차 교정시설 현장 진단법무부, 청주여자교도소서 제3차 교정시설 현장 진단 법무부가 6월 17일 충북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진행한 제3차 교정시설 현장 진단에서 수용복을 착용한 법조기자단이 수용자의 일과를 직접 체험하는 모습. [법무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최종 판결 때 교정시설 과밀 상황은 명백히 고려 대상이 아니다.


범죄별로 법정형이 정해져 있는 가운데 법관들은 구체적인 선고형과 집행유예 여부 등을 결정할 때 양형 기준을 참조한다.


양형 기준은 양형위원회가 개별 범죄별로 범죄의 특성을 반영해 만든다. 감경 요소로는 '진지한 반성'·'형사처벌 전력 없음' 등이, 가중 요소로는 '계획적 범행'·'동종 누범' 등이 주로 제시되고 '교정시설 과밀'은 들어있지 않다.


법관이 양형기준을 이탈하는 판결을 할 경우에는 판결문에 양형 이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합리적 사유 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 없다.


'2025 사법연감'에 나온 1심 형사공판 사건의 자유형 통계를 보면 집행유예 비중은 2020년 56.4%에서 2024년 50.5%로 감소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법원 관계자는 "구속 사유 등은 형사소송법 등 법에 정해진 요건에 따라 판단하고, 개별 재판에서 과밀 수용을 판단 요소로 고려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과밀 수용은 교정시설 확충 등 형 집행 과정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가석방되는 서울구치소 수형자들가석방되는 서울구치소 수형자들 교정시설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021년 1월 1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수형자들이 조기 가석방되는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 가석방 출소, 10년새 11.4%→24.1%…법무부 "과밀수용 대응해 가석방 확대"


반면 가석방 증가는 교정시설 포화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가석방은 교정성적이 양호하고 뉘우침이 뚜렷한 수형자의 형을 다 채우지 않고 출소시키는 제도다.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 처분으로 가석방될 수 있다.


법무부는 교정시설의 과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가석방 확대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과밀 수용이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2021년에는 감염병 유행 시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모범수형자 등의 가석방을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교정시설 내 감염병 예방 및 확산 방지 대책'을 수립했다.


그 후에도 과밀 수용 문제가 지속 불거지자 지난해 11월에는 '2026년 가석방 확대안'을 마련하고 가석방 확대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제2차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기본계획'에도 교정시설 과밀 수용의 '후문전략'으로 가석방 기준을 완화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재범 위험성이 낮은 모범수형자, 고령자, 환자 등에 대해 가석방을 적극 시행해 연평균 가석방 인원을 30% 확대한다는 게 법무부 방침이다.


단순히 가석방 인원을 늘리는 데만 그치지 않고 심사·집행 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구체적으로 재범 위험성이 낮은 환자·고령자 등에 대해 가석방 심사에 적용되는 형 집행률 기준을 5%포인트 완화하는 방안 등이 추진됐다.


이에 따라 가석방 출소자는 증가세다.


'2026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출소한 수형자 4명 중 1명(24.1%)이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인원으로 보면 1만2천215명으로, 전년 대비 1천100명(9.9%) 증가했다.


2016년 11.4%였던 가석방 출소자는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26.2%, 2022년 28.2%로 증가했고, 이후 2023년 19.6%로 감소했다가 다시 늘어 2024∼2025년에는 20%대를 기록했다.


형기의 80% 이상을 채운 뒤 가석방된 비율은 2016년 86.9%에서 2025년 31.6%로 급감했다.


즉, 2025년에는 가석방자 3명 중 2명 이상이 형기의 80%를 채우기 전에 출소한 셈이다.


법무부의 올해 목표 월평균 가석방 인원은 2025년 1천32명 대비 30%가량 증가한 약 1천340명이다. 2025년 수치도 전년의 794명 대비 약 30% 늘어난 것이다.


법무부는 "강력사범에 대한 엄정한 가석방 심사를 유지하되 재범 위험이 낮은 수형자에 대한 가석방을 늘리겠다"며 "수형자의 자발적인 개선 의지를 고취해 재범률은 낮추고, 수형자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이웃으로 복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26 교정통계연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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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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