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광고제 수상자에서 심사위원으로…"이미지 한 장의 힘"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 [촬영 정윤주]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휴대전화나 자동차 같은 상업광고는 언젠가 폐기 처분되지만 공익광고가 다루는 주제는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반복되니까요"
'이제석 광고연구소' 이제석 대표는 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돈 안 되는' 공익광고의 매력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미국 유학생이던 2007년 '굴뚝 총' 작품으로 세계 3대 광고제인 '원쇼 칼리지 페스티벌'에서 금상을 차지했다.
공장 굴뚝을 커다란 리볼버 총구처럼 표현한 이 작품은 국내 교과서에도 실리면서 공익광고의 상징이 됐다.
이 대표는 "대기 오염이나 선거의 공정성과 같은 문제는 인류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를 작품의 모티브로 삼는 일이 더 보람 있고 가치 있게 느껴진다"고 했다.
2007년 '굴뚝 권총' 광고 [이제석 광고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지난 6월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당신의 소중한 0표', '민주주의의 꽃은 매진입니다' 등 문구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꼬집은 것이다.
이제석 씨가 펼쳐 든 '당신의 소중한 0표' 포스터 (서울=연합뉴스)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로 공익광고 전문가인 이제석 씨가 11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풍자하는 기습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26.6.11 [이제석 광고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지난달 15일에는 서울 성수대교 남단 진입로의 9㎝ 단차 발생 지점에 부러진 척추의 엑스레이 사진을 붙인 공익광고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시 당국은 그래도 안전하다고 하지만, 시민에게는 불안을 잠재울 명확한 진단과 해명을 촉구하는 차원으로 읽힌다.
장마철 지반 약화로 발생하는 싱크홀 사고를 비롯해 저출생, 높은 자살률, 환경 오염 등을 주제로 한 공익광고도 준비 중이다.
성수대교 9㎝ 단차 지점에 '부러진 척추' 엑스레이 깜짝 광고 (서울=연합뉴스) 공익광고 전문가인 '이제석 광고연구소'의 이제석 대표는 최근 성수대교 남단 진입로 단차 발생 지점에서 도로 아래 지반의 안전성을 정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게릴라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15일 밝혔다. 2026.7.15 [이제석 광고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제석 대표는 "사람들이 어떤 사회 현상에 대해 '잘못된 것 같다'고 웅성거릴 때 그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게 제 역할"이라며 "흩어져 있는 이야기를 하나의 이미지로 선명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이미지 한 장이 주는 힘은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엑스레이 모방 사진으로 성수대교 단차 문제가 주목받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여름휴가 중이던 지난달 29일 성수대교를 찾아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개인이 민원을 제기했다면 귀 기울여 듣지 않았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미지를 통해 국민에게 문제를 보여주니 여론이 형성됐고, 그 여론이 관을 압박해 파급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광고 제작도 가능해진 AI(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 성수대교 광고 기획 때 AI에 자문을 구해봤다고 한다.
이 대표는 "자문 요청에 AI는 제 발상 자체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다고 말하더라"며 "AI는 상황에 따라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인간의 지적 호기심과 탐구성은 AI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상의 시대가 될수록 복제는 쉬워지겠지만, 그럴수록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세계관을 유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길을 계속 바꾸다 보면 방향을 잃게 되니 험하고 힘들더라도 한 번 정했으면 끝까지 그 길을 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 [촬영 정윤주]
최근 그는 세계적인 광고·디자인 시상식 'ADC 애뉴얼 어워즈'(ADC Annual Awards)의 청년 크리에이티브 부문 '영 건즈(Young Guns)'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이 대표는 "20년 전 자전거를 타고 뉴욕 거리를 누비며 출품작을 내던 학생이었는데 이제 그 무대의 심사위원이 됐다"며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다.
이어 "학생 시절부터 독창성을 추구하는 작업 방식을 지금까지 고집해온 점을 평가받아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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