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 연작 등 20여 점…불안과 강박, '가둠'에서 '공존'으로
최병진 개인전 '아르마딜로' 전시 전경 [이화익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불안과 강박의 감정을 '초상'으로 풀어온 화가 최병진의 개인전 '아르마딜로'(Armadillo)가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회화 작품 20여 점이 소개된다.
최병진은 서울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06년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로 발탁되며 주목받았다. 이후 작업과 생업을 병행하면서 강박 증상을 겪었고, 한동안 작품 활동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2015년부터 '초상' 시리즈를 시작했다.
최병진 2015년 작 '003' [이화익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초기 그의 '초상'은 투구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구조물이 얼굴을 빈틈없이 가리거나 겨우 숨 쉴 구멍만 남겨두는 모습이었다. 외부에 의해 강제로 씌워진 것인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가둔 것인지 알 수 없는 모습으로 해소되지 않은 불안과 강박의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강박 증상이 조금씩 완화하면서 '초상' 작품도 달라지고 있다. 갈수록 인물의 얼굴이 드러나고 있으며 얼굴을 감싸는 구조물의 형상도 부드러워졌다. 색채 역시 무채색에서 밝고 다채롭게 변했다.
최병진 2026년 작 '060' [이화익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전시에 선보인 신작에서는 얼굴과 이를 둘러싼 기하학적 구조물이 서로 뒤섞여 하나의 형태를 이룬다. 구조물은 신체를 억압하는 외부 요소가 아니라, 신체와 결합해 초상을 구성하는 일부로 기능한다. 불안과 강박을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최병진 2026년 작 '실내 낚시' [이화익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내 낚시'는 작가가 초기에 보여줬던 블랙 코미디 같은 작품이다. 화면 중앙에는 대왕오징어가 있고, 아이와 주변 인물이 낚싯대로 이를 잡는 모습을 담았다. 잠수복 또는 우주복을 입은 것 같은 사람들도 보인다. 심해에 사는 대왕오징어를 잡고 있지만 제목은 '실내 낚시'다.
작품 속 대왕오징어는 불편하지만 마주해야 할 트라우마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그 트라우마를 낚기 위해 애쓰고 있다.
최병진 개인전 '아르마딜로' 전시 전경 [이화익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제목인 아르마딜로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갑옷 같은 등껍질을 발달시킨 포유류다.
작가는 불안, 강박, 우울 등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단단한 등껍질을 만드는 현대인을 아르마딜로에 비유했다.
이화익 갤러리는 "이번 전시가 각자의 내면을 돌아보고, 자신만의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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