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조가 있는 풍경] 파업
'파업'
전업 주부도 며칠쯤은 파업하고 싶다
고장 난 곰인형처럼 복소리를 멈추고
처녀림
새처럼 날아올라 꿈꾸고 싶다
이십오 시간의 굴레를 훌훌 벗고
며칠쯤은 휴가 며칠쯤의 낭만
여자도
때로는 외롭다오
못에 묶인 겨울처럼
/ 양점숙(1949~)
◇ ㅡ ◇ ㅡ◇ ㅡ◇ ㅡ ◇ㅡ ◇ㅡ ◇
이 시는 전업주부의 보이지 않는 노동과 억눌린 마음을 담담하면서도 절절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전업 주부도 며칠쯤은 파업하고 싶다"는 첫 구절은 가사노동이 당연시되는 현실에 대한 조용한 항변이다.
"고장 난 곰인형처럼 복소리를 멈추고"라는 표현에서는 늘 가족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삶의 피로가 느껴진다.
특히 "며칠쯤의 휴가, 며칠쯤의 낭만"이라는 대목은 거창한 행복이 아니라 잠시 자신을 위한 시간을 바라는 소박한 소망을 보여 준다.
마지막의 "못에 묶인 겨울처럼"은 자유롭지 못한 삶의 처지를 압축적으로 형상화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짧은 시이지만 전업주부의 희생과 외로움, 그리고 인간으로서 누리고 싶은 자유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수작이라 할 수 있다.
양점숙 시인의 「파업」은 전업주부의 삶을 소재로 했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가끔은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 쉬고 싶고,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오늘도 시 한 편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언제 자신에게 휴가를 주었습니까?"
시조 '파업' 한 수 감상하고 나니 전업 주부에게 두 눈 감고 파업권을 허락해야할 것 같다.
한마디로 이 시는 "가족을 위해 살아온 한 여성의 조용한 휴식 선언" 이라 할 수 있다.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