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산들바람이 불러온 추억을 더듬다…위화 산문집 '산곡미풍'
'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마담 보바리'
산곡미풍 [푸른숲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 산곡미풍 = 위화 지음. 백도라지 옮김.
'인생', '허삼관 매혈기'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반열에 오른 위화의 산문집.
"골짜기의 산들바람은 부드럽고 맑았다. 친근하고 상냥했으며, 몸으로 불어오는 기척이 마치 직접적으로 안부를 전하는듯했다."
2024년 중국 하이난에서 휴가를 보내던 위화는 문득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러 어깨에 돗자리를 둘러메고 나서던 유년 시절로 그는 빠져든다.
마르셀 프루스트에게 기억을 깨우는 매개체가 '마들렌'이라면, 위화에게 그것은 '산들바람'이었던 셈이다.
위화는 지나간 세월을 복기하며 담담히 글을 써 내려간다. 바닷물이 푸르게 변하는 먼바다까지 헤엄쳐 가고 싶었던 소년 시절과 자전거 한 대조차 보이지 않던 1960년대 농촌 마을의 풍경을 떠올리고, 문화대혁명 시절 대자보를 읽으며 싹튼 문학에 대한 사랑, 처음 아빠가 되었던 순간의 감정도 되새긴다.
소설가 조승리는 추천사에서 "상처투성이의 생일지라도 묵묵히 오늘을 버텨내는 우리 모두에게 그의 문장은 등 뒤를 쓰다듬는 깊은 골짜기 산들바람처럼 진솔한 위로를 건넨다"고 소개했다.
푸른숲. 248쪽.
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 [김영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 = 천희란 지음.
2015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천희란이 선보이는 첫 산문집.
한 번도 반려동물과 살아본 적 없는 작가가 열다섯 살의 고양이 세 마리를 입양하며 겪는 치열하고도 다정한 모험을 담았다.
사람 나이로 치면 팔십인 초고령 고양이와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은 쉽지 않다. 한 달에 나가는 보조제값만 수십만원. 온 집에 모래가 굴러다니고, 방광 근육이 약해진 고양이들은 여기저기 소변 실수도 한다.
초보 보호자가 겪는 어려움, 이별 뒤 후회와 상처를 받아들이는 과정, 그리고 새 고양이와 공동체를 꾸리는 과정을 진솔하게 기록했다.
작가는 "수없이 많은 책에서 숱한 위로를 받으며 살아왔지만, 작가가 그것을 기대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쓴 우리의 모험 이야기에 누군가 울고 웃기를, 그 눈물과 웃음이 사랑하고 사랑받을 용기가 될 수 있길 기도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김영사. 248쪽.
마담 보바리 [열린책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마담 보바리 = 구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용은 옮김.
세계적인 대문호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대표작이 새롭게 번역 출간됐다.
인간의 내면, 사랑과 환상, 권태와 결핍, 욕망과 환멸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으로 현대 소설의 기준을 세운 사실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출간 당시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기소되며 논란을 일으킨 문제작이기도 하다.
플로베르 전문가 김용은 교수가 다양한 판본을 교차 대조하고 수백 개의 정밀한 각주를 더했다. 특히 삭제·추가된 구절을 밝혀내고, 검열로 수정된 문장은 기호로 표기해 역사적인 맥락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했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했다.
열린책들. 680쪽.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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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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