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는 '작은 곰' 오소리가 산다
한때 '쓸개 채취' 밀렵·멸종 위기…개체수 회복 한반도 전역 곳곳 목격
캣맘·등산객 주는 먹이 의존도 높지만 생태계 교란 가능성
종종 물림 사고·전염병 전파 우려…전문가 "야생동물은 야생동물답게 살게 해야"
청계산 오소리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지난 29일 오후 청계산 정상 부근에 오소리가 나타났다. 2026.5.30 honk0216@yna.co.kr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돼지 코, 긴 주둥이, 다부진 다리.
족제빗과 동물 오소리다.
몸통은 회갈색이고 얼굴에는 눈을 따라 검은색, 코를 따라 흰색 줄무늬가 있다.
눈은 맹하지만 지능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높다.
주로 사는 곳은 땅굴과 바위틈. 나무타기 실력도 수준급이다. 땅굴에는 오소리 가족 외에 너구리나 토끼가 세 들어 살기도 한다.
주로 밤에 움직이고 아무거나 잘 먹는다. 새, 뱀, 개구리, 쥐, 지렁이, 벌레, 과일을 가리지 않는다.
오소리 등장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지난 29일 오후 청계산 정상 부근에 오소리가 나타났다. 2026.5.30 honk0216@yna.co.kr
지난 29일 오후 청계산 정상 부근에 오소리가 나타났다.
나무 데크 아래로 기척 없이 나타난 오소리는 익숙하다는 듯이 등산객이 던져 주는 먹이를 받아먹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달곰한 과자류. 과일도 곧잘 먹었다.
데크 주위에 여럿 설치된 들고양이 먹이통과 물통도 오소리를 유인하는 요소로 보였다.
다만 이 오소리는 터줏대감인 들고양이보다 서열이 아래다. 고양이가 소리를 내면 눈치를 봤고, 고양이가 먼저 문 먹이는 건드리지 않았다.
오소리에게 먹이를 준 박모(38)씨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려다가 옆에 있는 오소리에게도 주게 됐다"며 "조금 무서워서 손을 내밀지 않고 던져서 줬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5년째 식음료를 팔고 있다는 남성은 "저 오소리를 본 지 2년 정도 됐다"며 "한 번도 공격성을 보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청계산을 낀 기초 지방자치단체인 서울 서초구청과 경기 성남시·의왕시·과천시청에 문의한 결과 최근 1년 동안 오소리에게 물렸다는 내용의 신고는 없었다.
득템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지난 29일 오후 청계산 정상 부근에 나타난 오소리가 사람이 준 먹이를 먹고 있다. 2026.5.30 honk0216@yna.co.kr
그러나 '작은 곰'으로 불리는 오소리다. 귀여운 외모와 작은 덩치에 비해 사납고 싸움을 잘한다.
작년 경기 하남시에서는 주민 13명이 오소리에게 물렸다. 이 중 1명은 골절 수술을 받기도 했다.
2023년 4월 팔공산 등산로에 출몰하며 등산객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고, 2017년 경기 남양주시에서는 잇따라 사람을 공격해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오소리에게 공격받지 않았더라도 질병이 문제 될 수 있다. 오소리는 광견병, 개홍역, 개선충증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 광견병은 사람에게, 개홍역과 개선충증은 반려동물에게 전파될 수 있다.
오소리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는 자연을 교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립생태원에서 포유류를 연구하는 최태영 박사는 "어린아이가 단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어른이 무작정 주면 안 되는 것처럼 야생동물은 야생동물답게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도 먹는 건가?"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지난 29일 오후 청계산 정상 부근에 나타난 오소리가 들고양이 꼬리 냄새를 맡고 있다. 2026.5.30 honk0216@yna.co.kr
오소리는 한때 쓸개가 몸에 좋다는 속설 때문에 밀렵 대상이 되면서 멸종에 가까워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개체수를 회복하면서 한반도 산림 어디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사람과 오소리가 만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국립생물자원관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행동 요령을 배포하고 있다.
요령에 따르면 귀엽다는 이유로 다가가 만지거나 직접 손으로 먹이를 줘서는 안 되며, 새끼 양육기(5∼10월)에는 평소보다 예민해지므로 더 조심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경쟁 상대로 인식할 수 있으므로 함께 산책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오소리 출현 지역 순찰 [하남시청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honk02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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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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