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고개] 씨 뿌리는 사람의 계절, 소만과 망종 사이에

권오정 문화부장/ 기자

등록 2026-05-30 08:26

■[보리 고개] 씨 뿌리는 사람의 계절,소만과 망종 사이에



보릿고개 소만(小滿)과 망종(芒種) 사이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우리 삶의 깊은 이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산과 들은 가장 눈부신 초록으로 살아난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호시절, 바람은 부드럽고 물길은 넉넉하다.
논마다 모심기가 한창이고, 들녘에는 생명의 냄새가 가득하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풍경 뒤에는 오래된 기억 하나가 숨어 있다.

예전 사람들은 이 무렵을 ‘보리고개’라 불렀다.
지난 양식은 떨어지고 새 곡식은 아직 여물지 않아, 하루하루 목숨을 겨우 이어가던 시절이었다.
그 가난과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사람들은 깨달았다.

땅은 결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씨를 뿌리지 않으면 거둘 수 없고,
땀 흘리지 않으면 열매 또한 없다는 것을.
성경의 말씀처럼 “씨 뿌리는 자가 거두리라”는 진리는 농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문의 길도, 기업의 길도, 예술과 인간관계도 모두 마찬가지다.

오늘의 작은 노력 하나가 훗날의 결실이 된다. 하지만 씨를 뿌린다고 곧바로 열매가 맺히는 것은 아니다.
비바람도 견뎌야 하고,
가뭄과 병충해도 지나야 한다.
때로는 애써 심은 모가 쓰러지고,
정성껏 키운 일이 허사로 돌아가는 순간도 있다.
그럼에도 사람은 다시 일어나 씨를 뿌린다.
희망이란 결국 다시 손에 씨앗을 쥐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도 여기에 있다.
조급함보다 인내를,
한탕의 욕심보다 꾸준함을,
불평보다 성실함을 선택하는 삶이다.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하지만
자연은 여전히 자기 속도로 계절을 완성한다.
싹은 하루아침에 거목이 되지 않고,
벼 한 포기 또한 긴 시간을 지나 황금 들판이 된다.

인생 역시 그렇다.
눈앞의 결과만 바라보면 쉽게 흔들리지만,
묵묵히 자신의 밭을 일구는 사람은 결국 자기 계절을 맞는다.
초록 물결이 산천을 덮는 이 계절,
우리도 마음의 밭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또 다시 보릿고개를 겪지 않기 위해 쉼 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을 심고 있는가.
무엇을 가꾸고 있는가.
그리고 어떤 열매를 꿈꾸고 있는가.
좋은 씨앗은 좋은 열매를 남긴다.

오늘의 성실과 인내는
내일의 풍요가 되어 돌아 올 것이다.

권오정 문화부장/

권오정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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