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영화⑪] 장옥관의 시 「문어」와 영화 《아가씨》 일본 춘화 이야기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등록 2026-02-23 20:39

죽도시장 좌판에서 만난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데

손바닥에 착 감기는 피부의 촉감

문어


장옥관

 

  1

  문어는 팔다리가 맛있다

  어떤 문어는 팔다리 굵기가 어린애 팔뚝만 해서

  하나만 썰어놔도 어지간한 안주 접시는 다 채우고도 남는다 정자가 담긴 길이 1m가 넘는 정포를 암컷의 몸 안에 넣을 때도 팔다리를 이용한다 미끌미끌한 피부에 달린 소복한 작은 유두와 무엇보다 흡반이 있어서

  빨고 문지르고 간질이는,

  말하자면 애무의 달인이라는 것인데 그래서일까 일본 에도시대 어떤 우키요에 화가는 여덟 개 팔다리로 반쯤 눈 감은 여인의 나신을 빨고 문지르고 쑤시는

  문어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2

  농익어 검붉은 무화과가 흰 피를 흘리며 떨고 있는 밤이었다

  죽도시장 좌판에서 만난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데

  손바닥에 착 감기는 피부의 촉감, 내 아이를 낳아줄 듯이 엉겨 오는것이다 그런 문어를 한 조각 베어 먹고

  냉장고에 넣고 잊었더니 며칠 만에 물이 살짝 간 거라

  물씬 풍겨나는 꼬리꼬리한 냄새

  그것은 음부의 냄새, 그 냄새는 한번 달라붙으면

  다시 지워지지 않는 죄의 냄새

  검은 밤의 그을음을 손톱으로 긁으며 다리의 감촉을 생각한다


  3

  단백질, 모든 걸어다는 것들의 운명인 단백질

  새겨져 있는 슬픈 운명

 

  기억 속에, 화로 속에 그를 밀어넣고


일본 작가 ‘가츠시카 호쿠사이가 그린 춘화(春畵)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어부 아내의 꿈’

장옥관의 시 ‘문어’에 등장하는 우키요에(浮世畵)는 일본 에도시대 서민계층을 기반으로 발달한 풍속화를 말한다. ‘어떤 우키요에 화가가 그린 문어 그림’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일본 작가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齋, 1760~1849)가 그린 춘화(春畵)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어부 아내의 꿈’이다.

이 그림은 너무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음란한 그림이기에 안타깝지만, 적당한 모자이크를 할 수 밖에 없다. 제대로 감상하고 싶으면 인터넷에서 쉽게 검색해 찾아볼 수 있다.


한편, 가츠시카는 일본의 일러스트 효시라고 일컬어지는 ‘붉은 후지산’, ‘번개를 동반한 뇌우 속의 후지산’,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등으로 세계적으로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일본 에도시대의 대표적인 풍속화 작가다.

특히 ‘어부 아내의 꿈’은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작품인 만큼 그림에 대한 해석은 아주 분분하다. 남편이 바다에 일을 나간 지 오래돼 성적으로 허기를 느끼던 어부의 아내가 피곤한 하루 일과에 지쳐 잠을 자다 문어에게 강간을 당하는 성몽(性夢)을 꾸는 중이라는 논평이 대세이다. 


이 작품에서 대형 문어가 어부의 아내를 범하고 있는 장면을 자세히 보면 일방적인 겁탈이 아니라 오히려 쾌락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문어의 수많은 다리 중에 두 개를 양손으로 잡고 있는 모습은 거부와 저항이 아니라 떨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뒤로 젖혀진 고개와 감은 눈, 벌린 입의 모양도 자발적이고 적극성을 띤 몸짓으로 읽힌다.


호사가들은 ‘촉수성애물(觸手性愛物‧Tentacle Erotica)’의 기원을 바로 호쿠사이의 이 작품에서 찾고 있다. 이 작품은 당대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 다른 아류작들을 양산하여 비슷한 테마가 유행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아가씨》포스터

‘어부 아내의 꿈’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에도 여러번 등장해 화제가 된 바로 그 그림이다. 워낙 그림의 내용이 충격적이어서 영화의 다른 부분은 기억 못해도 춘화의 그림은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외설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이 작품은 변태적 이미지의 대명사로 치부하고 말아도 되는 저급한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미국의 뉴스 매체 허핑턴 포스트가 선정한 ‘에로틱한 고전미술품 14’ 중에 두 번째로 손꼽힐 정도로  에로틱함과 음란함에서 세계적인 정평이 나있는 명화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이 그림을 특별전시한 바 있다. 


일본의 춘화는 19C 유럽의 문화계, 특히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구에서 ‘슝가’(Shunga)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일본 춘화는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시초는 파리 만국박람회에 출품된 일본 도자기를 싼 포장지에 그려진 우키요에(浮世繪‧풍속화)였다. 14~19세기 주로 목판화로 표현된 우키요에의 독특한 화풍은 모네, 마네, 고흐 등 인상파 화가들에게 강한 예술적 충격을 주었고, 이들은 일본 춘화를 보며 동양의 신비한 성 문화를 동경했다고 한다.


일본의 춘화는 유교적 영향으로 성을 은밀하고 숨겨야 할 것으로 대하던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성을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것으로 마주하는 성 문화가 반영돼 만화처럼 가볍고 웃음 나오게 하는 것이 많다. 또한 채색이 매우 화려하고, 섬세한 인물 묘사, 성기 페티시즘이라 할 만큼 과장해서 그린 커다란 성기, 화려한 의상과 가구 등이 특색이다.


일본의 춘화도 한 장면춘화는 중국에서 ‘춘궁화(春宮畵)’로 불렸다. ‘태자가 머무는 동궁(춘궁)에서 은밀히 보는 그림’이라는 뜻으로 태자의 성교육 그림을 가리키는 ‘춘궁비화(春宮秘畵)’의 준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춘화도(春花圖), 춘정화(春情畵), 춘의화(春意畵), 운우도(雲雨圖)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춘(春)’은 만물이 소생하고 새로이 생성되는 봄의 기운을 의미하고 운우(雲雨)는 남과 여의 화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도교와 음양오행에서 비롯된 말이다.


일본에서는 베개를 뜻하는 글자를 써서 ‘마쿠라에(枕繪)’, 또는 웃음을 터뜨리는 그림이란 뜻의 ‘와라이에(笑繪)’라 부른다.


어느 나라의 춘화도 대개가 성행위 자체나 그와 관련된 풍속화를 그린 것인데 인도, 중국, 한국, 일본의 것들은 모두 다 독특한 자기만의 특색을 가진다.

박상봉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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