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가佛家에는 짧지만 의미심장한 가르침이 전해진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화살을 맞게 된다. 그것이 첫 번째 화살이다. 기쁨과 슬픔, 억울함과 분노 같은 일상적 사건, 직장에서의 질책, 가정에서의 오해, 혹은 건강의 문제까지도 여기에 속한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삶의 과정에서 이런 화살을 맞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우리는 첫 번째 화살보다 더 깊고 오래가는 상처를 스스로 만들곤 한다. 누군가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했다면, 그 자체는 첫 번째 화살이다. 그러나 그 말을 곱씹으며 “나를 무시했구나”, “내 능력을 깎아내린 거야”라며 해석을 덧붙이는 순간 두 번째 화살이 날아든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소한 말실수나 오해는 금세 지나갈 수 있다. 그런데 “왜 늘 나만 이렇게 대하나”라는 생각을 붙잡으면 상처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이 두 번째 화살을 자주 불러오는 원인은 다름 아닌 ‘자존심’이다. 자존심은 겉으로는 나를 지켜주는 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관계를 멀어지게 하고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드는 벽이 된다. 작은 일도 자존심의 렌즈로 바라보면 불필요하게 크게 다가온다. 반면 자부심은 다르다. 그것은 내가 걸어온 길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존중하는 힘이다. 자부심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상처 위에 또 다른 화살을 얹지 않는다.
삶의 지혜란 첫 번째 화살은 담담히 받아들이되,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 데 있다. 상처는 순간이지만, 그 상처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인생을 결정한다. 화살을 피하려 애쓰기보다 상처를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말에 마음이 아팠다면, 그 아픔은 순간으로 흘려보내고 사건은 사건으로만 남겨야 한다. 마음이 과거에 붙잡히지 않고, 불필요한 자존심을 내려놓을 때 번뇌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내가 겪는 고통은 남들이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내가 만든 두 번째 화살이 더 크고 오래 남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오늘 하루만큼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첫 번째 화살에서 멈췄는가, 아니면 두 번째 화살까지 맞고 있는가?”
가을바람이 서늘해지는 이 계절, 마음의 화살통을 비워내는 연습을 시작해 보자. 그것이 불필요한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안을 얻는 길이다
시와늪문인협회 대표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
제10회 작가정신문학상에 황명자 시인 『남천일기』로 수상
대구경북작가회의(회장 신기훈)는 오는 12월 20일 오후 4시 대구문학관에서 2025년 정기총회를 열고, 제10회 작가정신문학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이번 문학상 수상자는 황명자 시인으로, 수상작은 포토에세이집 『남천일기』이다. 작가정신문학상은 대구경북작가회의가 지난 1년간 출간된 작품집 가운데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매년 수여하는 상으로, 올해로
-
《인문》학파(學派
학파(學派) 한국 역사상 최고의 학문적 논쟁은 조선중기 퇴계(退溪) 이황(李滉)과 그의 제자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간에 벌어진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이다. 퇴계와 고봉은 무려 8년여에 걸쳐 편지를 주고 받으며 논쟁을 벌였다. 이(理)와 기(氣)를 둘러싼 두 사람의 ‘존재론 논쟁’은 인간 본성에 대한 근원적 문제제기로 조선 성리학의 독창적 학풍을
-
.《인문》 김지하
김지하 이 세상에서 순금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근저에서부터 무너뜨리는 것은 세월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람도, 정치도, 시(詩)도 그러할 터. 한 세대전 이런 시를 쓴 시인이 앞으론 동화작가의 길을 갈 것이라고 했다는 보도다. 공화당 정권 18년 동안, 특히 유신독재 시절 시인 김지하는 저항, 민족, 민주화, 도피, 유랑, 고문, 사형수,
-
《인문사회》원로의 분열
원로의 분열 고대 로마 시절,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1인 체제가 굳어지자 키케로는 친구 아티쿠스에게 권력에서 밀려난 원로의 비애를 담은 편지를 보냈다. “과거에는 정치가 노련하고 원숙한 사람들의 일로 되어 있었네. 그러나 이젠 누군가와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뛰어다니는 젊은이들의 일이 되어 버렸네. 이렇게 되면 노쇠한 정열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원
-
《인문사회》바람, 바람
바람, 바람 얼룩말은 독특한 체질로 피부를 관리한다. 몸 표면의 검은 무늬줄은 햇빛을 많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흰바탕보다 온도가 높다. 검은 줄과 흰바탕 사이에는 온도 차이가 생기고 자연히 기압의 차이도 생긴다. 기압의 차이는 곧 바람을 일으키고 이것으로 평소 피부를 잘 가꾸는 것이다. 이렇듯 바람이라면 지구상에서 생기는 모든 공기의 움직임을 뜻한다.
-
《인문사회》노블레스 오블리주
노블레스 오블리주 옛 북미 인디언 부족사회에는 ‘포트라치(potlatch)’라는 의식이 있었다. 특정한 날을 정해 모든 부족원들이 모피 등 잉여재산을 내놓고 파괴하거나 이웃에게 나눠주는 의식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고 존재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그들은 재화를 스스로 불태웠다”고 해석했다. 영국
-
《인문사회》비워서 채운 마음
비워서 채운 마음 1960년대만 해도 “서서히 망하려면 운수업을 하고 단번에 폭삭 망하려거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라”는 말이 유행했다. 고무신, 막걸리에다 돈봉투돌리기 등 금권선거가 판을 치던 그때 승산없는 출마는 패가망신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 웬만한 재력가가 아니면 한차례 출마에도 제집 살림을 바닥내기 십상이고 두번 떨어지면 처갓집 기둥뿌리까지 뽑힐
-
《인문사회》일류 국가로 가는 길
일류 국가로 가는 길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 모두 이뤄낸 모범 국가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내 자식들이 더 나은 내일을 살 수 있을까?" 걱정한다. 젊은 세대는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가졌는데 취업도, 집 마련도, 결혼도 어려워 절망적"이라며 울분을 토한다. 기회가 부족하니 공정에 대한 갈증이 커진다. 그래서 '공정의 덫'에 걸리면 뼈도 못 추리는
-
계간문학평론 제5집 겨울호 출판 기념 송년심포지엄 대성황리에 성료
종합학술지 『계간문학평론』(발행인 최용대 대표) 제5집 겨울호 출판 기념식 및 송년 심포지엄이 오는 12월 6일(토) 오후 2시 대전 유성 경하온천호텔 무궁화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한 해 동안 문학·비평 활동을 이어온 필진과 독자, 문학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창작과 평론의 성과를 진지하게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되었으며 배준영
-
[PRNewswire] 구딕스, 삼성전자에 첨단 기술 협력
[PRNewswire] 구딕스, 삼성전자에 첨단 기술 협력 -- 삼성전자 갤럭시 Z 트라이폴드에 첨단 폴더블 터치 및 지문 솔루션 공급 선전, 중국 2025년 12월 9일 /PRNewswire=연합뉴스/ -- 구딕스 테크놀로지(Goodix Technology)가 12월 8일 자사의 업계 선도적인 메인 및 서브 터치스크린 컨트롤러와 초슬림 측면 키 정전식
-
《인문》새벽시장 언 손 녹여주는 고마운 화톳불
새벽시장 언 손 녹여주는 고마운 화톳불 어영부영하다 보니 어느새 12월. 덩그러니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니 뭔가에 쫓기듯 조바심이 납니다. 대책 없이 놀기만 하다가 겨울을 맞이한 베짱이의 심정입니다. 마음이 스산하니 몸이 더 추운 걸까요. 이른 출근길에 지나게 된 새벽시장에는 칼바람이 매섭습니다. 좌판의 생선도 꽁꽁 얼 만큼 춥네요. 가뜩이나 손님도 뜸한
-
《사설》여당 의원의 보좌진 성추행 의혹, 철저한 진상규명을
여당 의원의 보좌진 성추행 의혹, 철저한 진상규명을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여성 보좌진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정청래 대표는 당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장 의원은 결백을 강조하며 강력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사실관계 규명이 우선이다.
-
해남배추 캐나다 시장 뚫었다…1천톤 수출
해남배추 캐나다 시장 뚫었다…1천톤 수출 전라남도는 26일 해남 산이면에서 해남배추 1천 톤 캐나다 수출 선적식을 개최하고, 북미시장을 겨냥한 본격적인 수출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번 선적은 전남도·해남군·수출기업이 협력해 추진한 성과로, 해남배추가 캐나다 H마트에 대규모로 공급되는 첫 공식 일정이다. 행사에는 명현관 해남군수, 전남도 신현곤 국제협력관,
-
[연재]사하라에 지다 파리 -디카르 경주의 추억/지옥의 랠리 여덟째 날
별이 반짝이는 소리. 천지는 태고적 나를 보고 있다. 가스버너에 커피 물을 올려놓은 채 그 자리에서 우린 기절한 듯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눈을 뜨니 3시간이 지나 있다. 개운한 몸은 놀란 토끼 모양새다. 560.30km 400m 앞까지 비추는 우리 차의 헤드라이트 하이빔 불빛 앞에 241번 주자의 차가 비참한 형태로 전복되어 있다. 단단한 모래
-
서초구, 빈틈없는 한파 종합대책으로 '한파 피해 제로' 추진
서초구, 빈틈없는 한파 종합대책으로 '한파 피해 제로' 추진 서울 서초구(구청장 전성수)가 다가오는 겨울철을 맞아 오는 2026년 3월 15일까지 4개월간 '25/'26년도 겨울철 한파 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는 주민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해 ▲한파 상황관리 체계 구축 ▲주민친화형 한파저감 시설 운영 ▲한파쉼터 운영 ▲한파 취약계층
-
《정치》트럼프 보란듯…첫날 ‘다자주의’ 선언한 G20 정상들
트럼프 보란듯…첫날 ‘다자주의’ 선언한 G20 정상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G20 정상 및 국제기구 수장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
-
인문칼럼]구름 아래 잠든 나라 -고성 송학동 고분군의 말 없는 역사-
경남 고성의 들녘을 따라 걷다 보면 낮은 구릉 위에 점점이 박힌 봉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사이로 드러나는 봉긋한 언덕들은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그 속에 천오백 년을 품고 있는 세계가 숨어 있다. 이곳, 송학동 고분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가야 고분군’의 중요한 한 갈래로, 소가야가 남긴 마지막 숨결이 서린 자리다. 5세기
-
《사설》‘내란 색출’ 소동과 헝가리 반면교사
‘내란 색출’ 소동과 헝가리 반면교사 정부가 최근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로 내란 동조 공직자를 가려내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헌정 파괴 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다. 그러나 “과도한 내란몰이” “공직자 솎아내기”라는 우려와 ‘적폐청산’의 정치적 논란이 재소환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 과정이 정치 보복의 악순환으로
-
《사설》‘내란 색출’ 소동과 헝가리 반면교사
‘내란 색출’ 소동과 헝가리 반면교사 정부가 최근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로 내란 동조 공직자를 가려내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헌정 파괴 행위에 대한 책임 추궁은 국가의 기본 책무이다. 그러나 “과도한 내란몰이” “공직자 솎아내기”라는 우려와 ‘적폐청산’의 정치적 논란이 재소환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 과정이 정치 보복의 악순환으로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