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제조력·포항 연구력·대구 로봇기술 뭉쳤다…‘K-휴머노이드 벨트’ 시동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등록 2026-10-02 09:28

대구·경북, 국내 첫 로봇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구미 제조·양산, 포항 연구·실증, 대구 로봇산업 연결

연구개발부터 부품·완제품 생산까지 ‘휴머노이드 전주기 생태계’ 구축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현황. 정부는 지난 9월 30일 대구·경북(구미·포항)을 로봇, 경남 창원을 방산, 전남 광양·순천·여수를 이차전지 분야 신규 특화단지로 지정했다.(자료=산업통상부)전자산업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던 구미가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도시로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됐다.


정부가 대구·경북(구미·포항)을 국내 첫 로봇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하면서 구미가 보유한 정밀 제조기술과 부품 공급망이 미래 로봇산업의 핵심 기반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9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9차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를 열고 로봇 분야 대구·경북, 방산 분야 경남 창원, 이차전지 분야 전남 광양·여수·순천 등 3곳을 신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했다. 세 특화단지에는 2042년까지 모두 12조9천877억 원 규모의 민간투자가 계획돼 있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은 로봇 분야에서 전국 최초로 지정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다. 정부는 대구와 구미·포항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연구개발에서 핵심부품, 완제품 생산, 실증과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휴머노이드 로봇 전주기 산업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관련 선도기업의 투자 규모도 5조3천839억 원에 이른다.


핵심 부품 국산화와 앵커기업 중심 완결형 밸류체인을 구축해 지역 제조산업 실증을 통한 휴머노이드 및 AI 기술 경쟁력 확보 전략 구상도. (사진=대구시 제공)

구미의 강점은 ‘만드는 힘’

이번 지정에서 구미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제조업 기반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 1~5단지에는 약 3천 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전자·기계·장비 분야를 중심으로 정밀부품 공급망이 형성돼 있다. 경북도는 이러한 제조 기반을 로봇산업과 연결해 구미를 로봇 핵심부품 생산과 양산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휴머노이드는 단순한 기계제품이 아니다. 모터와 감속기, 센서, 카메라, 반도체, 배터리, 통신장비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등이 한데 결합되는 종합 제조산업이다.


그만큼 기존 전자·기계 제조업의 집적도가 높은 구미에는 새로운 산업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 기업이 로봇 부품기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완제품 양산기업이 들어올 경우 지역 산업구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구미시는 앞서 삼성전자와 삼성SDS가 구미지역에 19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뒤 로봇산업 대응 TF를 가동하고 휴머노이드 양산과 로봇 데이터팩토리 구축 등에 대비해 왔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찾은 김장호 구미시장(가운데)이 산업용 협동로봇의 구동 시연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구미시 제공)포항의 연구·실증과 결합…구미서 양산으로

특화단지가 구미 한 도시가 아니라 포항, 대구까지 함께 지정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경북도는 신청 단계부터 구미와 포항을 연결하는 로봇 전주기 밸류체인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구미의 제조·양산 능력과 포항의 연구개발 및 실증 기반을 결합하고 여기에 대구의 로봇산업 기반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새로운 로봇 기술을 연구하고 시험한 뒤 이를 실제 부품과 제품으로 만들어 대량생산하는 과정이 한 권역 안에서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지역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로봇 부품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경권 특화산업과 연계한 로봇 데이터팩토리도 구축할 예정이다. 


반도체·방산에 로봇까지…구미 산업지형 변화

구미로서는 이번 지정이 또 하나의 국가산업 전략거점을 확보했다는 의미도 크다.


구미는 이미 반도체 소재·부품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와 방산혁신클러스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로봇 특화단지가 더해지면서 반도체-방산-로봇을 연결하는 첨단 제조산업 구조를 갖출 기반이 마련됐다.


경북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구미 반도체, 포항 이차전지, 안동·포항 바이오에 이어 이번 로봇까지 더해져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4개 분야를 확보하게 됐다. 


정부의 로봇 보급정책도 지역 산업에는 새로운 시장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AI로봇 20만 대를 보급하고, 우선 내년부터 국민안전과 인력난이 심한 현장을 중심으로 정부가 1천700대 이상을 구매·보급할 계획이다. 


‘지정’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과 일자리

특화단지 지정 자체가 곧바로 산업 성장이나 일자리 증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화단지는 관련 기반시설과 연구개발, 기업 투자 등에 정부 지원을 집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크다.


앞으로 구미가 실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선도기업 투자를 얼마나 빠르게 현실화하고, 기존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로봇산업 공급망에 얼마나 참여시키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지역 기업들이 단순 하청 생산을 넘어 센서와 액추에이터, 제어장치 등 고부가가치 핵심부품 분야로 진입하고, 청년층이 일할 연구·설계·소프트웨어 분야의 일자리를 함께 만들어내는지가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전자산업을 ‘만들어 온 도시’ 구미가 이제 ‘로봇을 만드는 도시’로 산업의 세대교체를 시작했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라는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몇 년 뒤 구미산단 안에서 실제로 어떤 로봇이 만들어지고, 어떤 기업이 성장하며, 얼마나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느냐다.

박상봉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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