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장소 ㊻] 가지 못해서 남은 곳, 보쌍 우산마을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등록 2026-09-08 12:46

보쌍은 치앙마이 동쪽 산캄팽 지역 전통 우산 공예마을

여행에서 아직 펼치지 않은 우산 하나 거기 남아 있다

우산 


박연준


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이따금 한번씩은 비를 맞아야

동그랗게 휜 척추들을 깨우고, 주름을 펼 수 있다

우산은 많은 날들을 집 안 구석에서 기다리며 보낸다

눈을 감고, 기다리는 데 마음을 기울인다


벽에 매달린 우산은, 많은 비들을 기억한다

머리꼭지에서부터 등줄기, 온몸 구석구석 핥아주던

수많은 비의 혀들, 비의 투명한 율동을 기억한다

벽에 매달려 온몸을 접은 채,

그 많은 비들을 추억하며


그러나 우산은, 너무 오랜 시간은 기다리지 못한다


태국 치앙마이 보쌍 우산마을 풍경

박연준의 시에서 우산은 “벽에 매달려 온몸을 접은 채,” 비를 기다린다. 너무 오래 접혀 있으면 몸의 주름을 펼치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 비를 맞아야 한다. 그런데 보쌍의 우산은 비가 오지 않아도 펼쳐진다. 대나무 살 위에 빨강과 노랑, 파랑의 꽃을 피우며 스스로 하나의 풍경이 된다.


나는 그 우산들을 직접 보지 못했다. 어쩌면 그래서 내게 보쌍의 우산은 아직 접혀 있는지도 모른다. 다음에 치앙마이에 가는 날, 그제야 마음속에 접어둔 우산 하나 펼쳐볼 수 있을 것이다.


치앙마이에서 셋째 날 점심을 먹고 나면 보쌍 우산마을로 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행이라는 것이 일정표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국 보쌍에는 가지 못했다.


보쌍은 치앙마이 동쪽 산캄팽 지역에 있는 전통 공예마을이다. 대나무로 우산살을 만들고, 그 위에 ‘사(Sa)’라고 부르는 종이나 면과 비단을 씌운 뒤 꽃과 새, 풍경을 손으로 그려 넣는다. 우산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종이를 만들고, 살을 깎고, 골조를 맞추고, 종이를 붙이고, 색을 칠하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다고 한다.


태국 치앙마이 보쌍 우산마을에는 장인들이 우산을 만드는 과정도 직접 볼 수 있다.

마을 전체에 꽃이 핀 듯한 보쌍 우산마을. 형형색색의 우산이 거리의 하늘을 수놓고, 장인의 손끝에서는 대나무와 종이가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다. 일정이 바뀌어 직접 가보지 못한 것이 이번 치앙마이 여행에서 두고두고 남는 아쉬움이다.


보쌍은 치앙마이 산캄팽 지역의 전통 우산 공예마을로, 대나무 골조에 닥나무로 만든 사(Sa) 종이, 면이나 비단을 씌워 색을 입히고 꽃과 풍경을 손으로 그려 넣는다. 장인들이 우산을 만드는 과정도 직접 볼 수 있다.


보쌍은 치앙마이 산캄팽 지역의 전통 우산 공예마을로, 대나무 골조에 닥나무로 만든 종이에 면이나 비단을 씌워 색을 입히고 꽃과 풍경을 손으로 그려 넣는다. 사진으로 본 보쌍은 마을 전체에 꽃이 핀 것 같았다. 빨강, 노랑, 파랑의 우산들이 펼쳐지고 그 위로 태국 북부의 꽃과 나무와 새들이 피어 있었다. 비를 막기 위해 태어난 물건이 어느 순간 비를 기다리게 만드는 예술품이 된 셈이다.


우산은 참 묘한 물건이다. 비가 와야 펼쳐지고, 비가 그치면 접힌다. 펼쳐져 있을 때는 한 사람의 하늘이 되어주지만 제 할 일을 마치면 다시 가늘고 긴 막대 하나가 된다.


그래서였을까. 가지 못한 보쌍이 오히려 오래 마음에 남았다.


여행에서는 다녀온 곳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다. 가려고 했으나 가지 못한 곳도 하나의 기억이 된다. 보지 못한 풍경은 때로 본 풍경보다 오래 상상 속에 머문다.


치앙마이에서 돌아온 뒤 사진을 찾아보며 생각했다. 저 우산 아래 한번 서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장인이 대나무 살을 다듬는 모습도 보고, 하얀 종이 위에 붓끝으로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순간도 지켜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못 간 곳 하나쯤 남겨두는 것도 여행인지 모른다.


다 보아버리면 다시 갈 핑계가 없으니까.

보쌍의 우산 하나를 펼쳐보지 못한 채 돌아왔다. 그래서 내 치앙마이 여행에는 아직 펼치지 않은 우산 하나가 남아 있다.


언젠가 다시 치앙마이에 간다면

그 우산부터 펼쳐보고 싶다.


박상봉 사회부장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등록일자2025-07-05
오픈일자2025-07-05
발행일자2026-09-08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274-3.일심빌딩 302호 031-781-9811.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