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로 쏠 위성, 왜 해외발사 예산 210억원 잡았나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8-17 08:49

초소형군집위성 5기 해외발사 전제로 지난해 예산 반영


4차 발사 성공 뒤 누리호로 변경…정부 발사수요 확보 과제


발사대로 이송되는 누리호발사대로 이송되는 누리호 (서울=연합뉴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4차 발사를 위해 발사대로 이송되고 있다. 2025.11.25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정부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를 국가 우주수송 수단으로 육성하는 가운데 당초 누리호 5차 발사에 탑재하기로 한 초소형 군집위성의 발사 수단을 놓고 한때 해외 발사체 활용을 검토해 관련 예산까지 편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누리호의 발사 일정 지연과 안정적인 위성 운용 필요성, 발사 신뢰성에 대한 관계부처의 우려 등을 고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미 정부가 누리호 반복 발사를 통해 해당 위성을 쏘겠다는 계획을 확정한 상황에서 별도의 해외 발사 비용이 반영되면서 부처 간 정책 조율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한 이후 올해 초 초소형 군집위성 2∼6호의 발사 수단을 다시 누리호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해외 발사를 전제로 편성했던 약 210억원의 발사비 가운데 상당액이 불필요해지면서 국산 발사체의 안정적인 수요 확보와 함께 관련 예산을 보다 정교하게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 누리호 탑재 계획에도 해외발사 예산…일정·신뢰성 우려 고려


1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초소형 위성 군집시스템 개발 사업은 지난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올해 누리호 5차 발사로 발사 예정이던 군집위성 2~6호기 5기를 해외 발사체에 탑재하는 것을 전제로 발사비 약 210억원을 편성했다.


그간 정부는 누리호 반복 발사를 통해 초소형 군집위성 2∼11호기를 발사한다는 계획을 밝혀왔지만, 실제 예산에는 이와 달리 해외 발사체 활용을 전제로 한 비용이 반영됐다.


정부는 2022년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통해 누리호 반복 발사 계획을 확정하며 누리호 3~6차 발사 일정과 주탑재위성 계획을 공식화했다.


당시 계획에는 2026년 예정된 누리호 5차 발사에 초소형위성 2~6호를, 2027년 6차 발사체 초소형위성 7~11호를 싣는다는 계획을 명확히 했다.


그런데도 우주청은 2025년 예산을 편성하면서는 정작 2~6호를 누리호가 아닌 해외 발사체로 발사하는 것을 전제로 발사비를 잡았다.


우주청 관계자는 "당시 관계부처와 협의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초소형 군집위성은 국가정보원과 우주청이 공동 추진해 온 사업으로 한반도와 주변 지역을 신속하게 관측하기 위한 위성 체계다.


안보 목적의 위성인 만큼 발사 일정이 지연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과 누리호의 발사 일정 및 신뢰성에 대한 관계부처의 우려 등이 해외 발사체 검토 배경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누리호 발사 일정이 지연되면서 초소형 군집위성 발사 수단을 해외 발사체로 바꾼 전례도 있다.


초소형 군집위성 1호기 탑재 우주발사체 '일렉트론' 발사초소형 군집위성 1호기 탑재 우주발사체 '일렉트론' 발사 (서울=연합뉴스) 초소형 군집위성 1호기를 탑재한 미국 우주기업 로켓랩의 발사체 '일렉트론'이 한국시간 24일 오전 7시 32분(현지 시각 24일 오전 10시 32분) 뉴질랜드 마히아 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다. 2024.4.24 [로켓랩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당초 누리호 4차 발사는 2024년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2025년으로 미뤄지면서, 정부는 일정을 이유로 4차 발사로 쏘려던 초소형 군집위성 1호를 미국 로켓랩의 소형 발사체 '일렉트론'으로 대체해 발사했다.


주목되는 점은 이런 해외 발사체 활용을 전제로 한 예산 편성이 우주청 출범 이후 이뤄졌다는 것이다.


우주청은 국가 우주 정책을 총괄하고 관계부처의 우주개발 사업을 조정하기 위해 출범했지만, 이미 국가 차원에서 누리호 발사를 전제로 확정했던 계획과 다른 발사 방식이 예산에 반영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국가 우주정책을 총괄하는 우주청이 관계부처의 발사 수요를 국산 발사체 활용과 적극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리호의 발사 신뢰성을 둘러싼 우려는 국방 분야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우주청은 누리호 추가 발사 사업을 만들기 위해 이른바 '누리호 헤리티지' 사업을 통해 국방 위성을 누리호로 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군 당국이 누리호의 발사 신뢰성 등에 우려를 제기하면서 해당 계획은 추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4차 발사 성공 뒤 다시 누리호로…정부 발사수요 확보 과제


이후 지난해 11월 누리호 4차 발사가 성공하면서 발사 계획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우주청은 올해 1월 21일 제31회 다목적위성개발 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2~6호기 발사를 해외 발사체에서 누리호로 변경하는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초소형 군집위성 사업의 올해 예산에도 해외 발사체 발사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호를 이용하면 별도의 발사비는 들지 않는 대신 운송비와 발사장 준비비 등 부대비용으로 약 17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초 편성했던 210억원의 발사비 가운데 상당액이 불필요해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와 관련해 해외 발사체 탑재를 전제로 편성했던 약 210억원의 발사비가 누리호로 계획이 변경되면서 크게 줄었다며, 발사체 변경으로 불필요해진 잔여 예산을 조기에 정산하고 국고에 반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주업계에서는 국산 발사체의 경쟁력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 위성을 우리 발사체로'라는 정책 방향과 함께 정부 차원의 안정적인 발사 수요 확보와 관계부처 간 조율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주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누리호를 계속 발사해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발사 수요를 가진 정부 부처에서는 누리호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국산 발사체의 신뢰성을 높이려면 정부가 먼저 안정적인 발사 수요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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