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사람→제도가 원인'…작년 국정자원 화재 여론궤적 보니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8-17 07:46

충남연구원 연구진, 국정자원 화재 유튜브 댓글 8천900여건 분석


"초기 투명한 원인 공개 중요…제도개혁 요구 땐 선제적 개선방향 제시 필요"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에 물 뿌리는 소방대원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에 물 뿌리는 소방대원 (대전=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27일 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대원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를 담은 소화수조에 물을 뿌리고 있다. 2025.9.27 scoop@yna.co.kr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지난해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행정·금융·의료 전산망을 마비시키며 국가 디지털 인프라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이어진 불법 하도급 수사와 담당 공무원 사망 등 두 달간의 사건 전개 속에서 대중의 비난 화살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를 추적한 빅데이터 연구 결과가 나왔다.


17일 충남연구원 한규리·구창민 연구팀의 '소셜미디어 데이터 기반 재난 책임귀인 역동성 분석,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사건 유튜브 댓글 연구' 논문을 보면 연구팀은 이 사건 발생일인 2025년 9월 26일부터 같은 해 11월 30일까지 관련 소식을 전한 유튜브 댓글 8천953건을 수집했다.


이어 화재 발생부터 불법 하도급 수사 발표까지 5개 단계별 담론 변화를 뜯어봤다.


그 결과 여론의 '책임 귀인'(사건이나 결과의 원인이나 귀책 사유를 특정 대상에게 돌리는 것) 대상은 사건 전개에 따라 3차례 뚜렷하게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당일인 1단계(2025년 9월 26일)에는 댓글 45.9%가 서버 이중화 미비나 배터리 설비 결함 등 기술적·물리적 한계를 지적하는 '구조적 귀인'(structural attribution)에 집중했다.


먹통된 무인 민원 발급기먹통된 무인 민원 발급기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의 전산실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이 무더기로 마비된 가운데 28일 서울 중구의 한 지하철역 무인민원 발급기에 운영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9.28 ondol@yna.co.kr


이어 화재 초기에 해당하는 2단계(2025년 9월 27∼10월 2일)에는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개인이나 집단에서 찾는 '개별 귀인'(individual attribution)이 41.0%로 상승했다가 3단계(2025년 10월 3∼10월 4일)에 이르자 '개별 귀인'이 65.3%로 최고점에 달했다.


3단계는 국가전산망 장애 담당 팀을 총괄하던 행정안전부 공무원이 사망한 시점이다.


이후 폐쇄회로(CC)TV 영상과 전기설비 결함 분석 관련 보도로 주를 이룬 4단계(2025년 10월 10∼10월 20일)에 여론은 다시 구조적 문제('구조적 귀인')로 돌아섰다가(57.9%), 불법 하도급 행태를 확인한 수사 국면인 5단계(2025년 10월 21∼11월 30일)에서는 법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정책 귀인'·policy attribution)가 64.5%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연구팀은 분석 대상 댓글 전체의 83.9%가 부정적 어조를 띨 만큼 공공재난에 대한 공분의 크기가 컸으며, 책임 주체에 있어서는 거시적 관리 주체인 '정부'에서 '하청업체'로 비판 과녁이 바뀌는 것을 관찰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비난의 강도와 분노 감정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았다는게 연구팀 분석이다.


개인 책임론이 최고조에 달했던 담당 공무원 사망 시점에 분노 표현이 14.6%에서 8.3%로 되레 줄었는데, 연구팀은 이를 '비극적 사건으로 애도와 연민의 정서가 자리 잡은 결과'로 해석했다.


연구팀은 "재난 발생 초기에는 신속하고 투명한 원인 공개가 중요함을 시사한다"며 "수사가 진행되며 여론이 제도 개혁 요구로 옮겨가는 시점에는 선제적으로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소통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논문은 디지털콘텐츠학회 논문지 최근호에 실렸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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