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위원회, 19일 심의 예정…'보류' 판단 이후 2년 7개월만
2022∼2024년 발굴 조사서 조선시대 이문·배수로·도로 흔적 등 확인
SH, 지하에 '문화유산광장' 조성 계획…해 넘긴 갈등 속 결론 쉽지 않을 듯
종묘와 세운4구역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싸고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업부지 내 유적을 어떻게 보존할지 논의가 재개된다.
전임 종로구청장이 퇴임 직전인 6월 사업시행계획 변경안을 인가·고시한 상황에서 향후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7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가유산위원회는 이달 19일 오후 정부대전청사에서 '서울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 유적 보존 방안' 안건을 심의한다.
국가유산청은 회의 자료에서 "(그간의) 전문가 검토 회의와 평가 회의 결과에 따라 유적의 보존 조치 여부 및 보존 방안을 심의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종묘 너머로 보이는 세운상가와 재개발 구역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운4구역 관련 안건이 국가유산위원회 논의에 오르는 건 2년 7개월 만이다.
사업 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2022∼2024년 발굴 조사를 진행한 뒤, 주요 매장유산의 보존 계획안을 제출했으나 2024년 1월 '보류'됐다.
조사가 이뤄진 서울 종로구 예지동 일대에서는 조선시대 이문(里門)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비롯해 여러 건물터, 배수로 등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발견된 바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이문은 마을을 보호하고 침입자를 단속하기 위해 마을 입구에 세운 인공적 장치를 뜻한다.
세운4구역 사업 부지에서 확인된 배수로 유구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가유산청은 앞서 "종묘를 비롯한 중요 건물의 출입과 이동을 밝혀줄 수 있는 도로 및 배수 체계 등 학술 가치가 높은 매장유산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2024년 당시 안건을 심의한 문화유산위원회(국가유산위원회 통합 이전 위원회)는 '구체적인 보존 방안을 제출'할 것을 명시하면서 보류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세운4구역 일대는 법·행정적으로 발굴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현행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과 관련 규정에 따르면 발굴 조사 결과,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매장유산은 적절한 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종묘 앞 재개발' 또 충돌…국가유산청, 사업시행자 SH 고발 (서울=연합뉴스)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의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를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협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SH 측은 국가유산청장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 내에서 11곳을 시추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발굴 현장 시추 모습. 2026.3.16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국가유산위원회 심의와 국가유산청장의 발굴 조사 완료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당 부지에서는 어떤 공사도 추진할 수 없다.
회의 자료에 따르면 SH 측은 주요 매장유산의 위치를 옮겨 보존하고, 지하 1층 공간에 '문화유산광장'을 조성해 유적 자료를 전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위원회 심의가 쉽게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매장유산의 보존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은 발굴 조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기 위한 단계로 여겨지는데,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세운4구역 개발 쟁점 분석발표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종묘 앞 세운4구역 개발 쟁점 분석발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5.6 pdj6635@yna.co.kr
국가유산청은 올해 3월 SH 측이 국가유산청장의 허가 없이 세운4구역 사업부지 내 11곳을 시추하는 등 불법 행위를 했다며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들은 고발인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국가유산청은 최근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종로구가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 인가를 취소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릴 것을 요청했으며, 후속 조치도 검토 중이다.
더욱이 올해 국가유산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매장유산 분과 소속 위원 구성도 달라진 만큼 이번 회의에서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세운4구역 주민들, "유산영향평가 강제말라"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4일 서울 종로구 종묘 건너편 세운상가 앞에서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 관계자 등이 재개발 구역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유산영향평가 행정명령에 대해 규탄하며 국가유산청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5.14 ondol@yna.co.kr
종묘는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神主·죽은 사람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으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 등은 2018년 세운4구역에 들어설 건물의 최대 높이를 71.9m(청계천변 기준)로 협의했으나, 지난해 서울시가 최대 145m(양각 규정 적용 시 141.9m)로 상향 조정하면서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적용 등을 놓고 충돌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