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사건'에 화들짝 전수조사…경찰 가족사건 사각지대 충격

최용대 발행인/ 주필 기자

등록 2026-07-28 18:33

경찰 전국 14.5만명인데 가족사건 '상피제도' 이달에서야 발의돼


117건 확인해 44건 이관…관리 기준·상시 운영체계 마련은 이제 시작


광주경찰청 압수수색 마친 특별수사팀광주경찰청 압수수색 마친 특별수사팀 (전남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11일 오전 광주경찰청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팀이 압수수색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특별수사팀은 장윤기 사건을 둘러싸고 제기된 유착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2026.7.11 daum@yna.co.kr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경찰이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처음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경찰 가족사건이 117건이나 확인됐고, 이러한 사건이 지금껏 관리 '사각지대'에 있음이 충격을 줬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가족사건은 사건 관계인이 해당 사건의 수사(입건 전 조사 포함)가 진행되는 경찰관서에 근무하는 경찰관이나 최근 3년 내 해당 경찰관서에서 근무한 경찰관의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인 사건이다.


작년 기준 경찰 현원이 14만5천명으로 검사(2천명) 등 다른 권력기관 대비 월등히 많기에 가족사건 관련 '제식구 감싸기'가 없도록 촘촘한 시스템이 있었어야 함에도 손을 놓고 있었다.


친족 등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의 수사를 금지하는 '상피제'(相避制)를 경찰 등 모든 수사기관에 도입하는 법안은 이달에서야 발의됐다.


경찰은 그동안 직원 간 사건 문의 금지와 사적 접촉 통제 등 이해충돌 방지 장치를 운영한다고는 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이 크다.


경찰관 가족 사건만을 별도로 파악하거나 관리하는 시스템 또한 없었다.


이 때문에 경찰청은 뒤늦게 전수조사하면서도 일선 경찰관서의 판단에 상당 부분 의존했다.


경찰 가족사건으로 파악된 117건 가운데 44건만 이관한 것도 각 관서가 사건별 특성을 고려해 개별 판단한 결과다.


종결 단계에 있거나 단순 교통사고, 보이스피싱 피해 사건 등은 공정성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고 기존 관서에서 수사를 이어가도록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건의 종류와 내용이 모두 달라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려웠다"며 "각 관서에서 이관 필요성을 판단해 보고했고 본청도 이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윤기 차에서 사라진 '케이블 타이'…수사팀장 체포돼장윤기 차에서 사라진 '케이블 타이'…수사팀장 체포돼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관하지 않은 사건은 매월 수사 적절성을 재점검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점검 방식이나 운영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경찰은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8월 중 상시 관리 체계를 위한 세부 운영계획을 마련하고 관련 규칙 개정도 검토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이 정도의 '안일한 대응'으로 장윤기 사건으로 쏟아진 비난의 포화를 벗어나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별도 기구를 만들어서라도 최근 수년 간 경찰 가족사건 처리 사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관 가족사건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20년에는 인천에서 경찰 간부가 음주운전을 한 아들의 사건을 무마하려 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 이 경찰은 아들의 음주운전 관련 신고를 듣고 사건 처리 결과를 '불발견'으로 입력하고 차량번호 조회나 폐쇄회로(CC)TV 확인 등 기본적인 수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에는 전북의 한 경찰관이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아들의 휴대전화를 부수고 버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117건이라는 숫자보다 경찰관 가족 사건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사실상 없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는 "117건이라는 숫자는 경찰관 14만명 규모를 고려하면 특별히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친족이 관련된 사건에서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생기지 않도록 제척·기피, 즉 상피 제도를 보다 정교하게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윤기 사건은 결국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며 "이제라도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엄정하게 관리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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