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랑의 한글시조

기생의 연원을 보면 화랑의 원화에서 발생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왕건이 고려를 개국한 뒤 백제 유기장의 후예 중 여자를 기(妓)로 만든 것이 시초라는 주장이 있다. 신라 김유신이 교유했다는 천관의 이야기, 혹은 전쟁포로 중 여자를 매음녀로 만들었다는 데서 원류를 찾기도 한다. 국문학자인 고(故) 김동욱 교수는 기녀가 고구려에도 있었다며 ‘후주서’와 ‘수서’ 등에 나오는 유녀(遊女)에 관한 기록을 인용했다. 조선시대에 전체 인구의 약 0.5%에 달하는 2만명 안팎의 기생이 있었다니 모두 시·서·화에 능했다고 볼 순 없겠다.
그러나 알려진 대로 중종때 송도기생 황진이와 선조때 부안기생 매창 등 명기들의 시는 당대의 웬만한 시인·가객의 작품보다 그 문학성이 뛰어나다. 그들의 시는 인간본성을 꾸밈없이 나타내 ‘사랑’과 ‘별리’에 관한 한 사대부와 여염의 아낙들이 흉내낼 수 없는 절창이었다. 엊그제 육필 원본이 공개된 경성기생 홍랑(洪娘)의 시가 그런 류다.
“묏버들 갈(아래아)해(아래아) 것거 보내노라 님의 손대(아래아)/ 자시난(아래아) 창밧개(아래아) 심거두고 보쇼셔/밤비에 새 닙 곳 나거단(아래아) 나린가도 너기쇼셔”(산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에/ 잠드시는 창가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 잎 나거든 이 몸인가 여기소서)
고등학교 고문교과서에도 실린 이 시조는 1573년 가을 북도평사로 함경도 경성에 내려온 고죽(孤竹) 최경창과 군막에서 겨울을 보낸 홍랑이 이듬해 봄 연인을 떠나보낸 뒤 지은 것이다. 쌍성(영흥)까지 따라가 애인을 작별하고 돌아가던 길에 날이 저문 함관령(함흥과 흥원 사이)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봄비를 보며 치밀어 오르는 사모의 정을 노래했으니 애틋함이 유별나다.
이 시를 고죽이 한역해 애모의 글과 함께 보낸 답서가 지난 81년 김동욱 교수에 의해 발견됐으며 그해 파주군 교하면 다율리 동구에 시비가 건립됐다. 마을 뒷산에는 최경창 부부의 합장묘 바로 아래 3년간 시묘살이한 뒤 수절한 애첩, 홍랑의 묘가 자리잡고 있다. 해주 최씨 문중이 받아들여 신위를 받드는 기생 홍랑, 그의 친필원본이 나왔다니 세월을 뛰어넘은 사랑이 전해지는 듯하다.
최용대 발행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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