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에 관한 단상, 김달진 시인의 생가에 울려 퍼진 세계의 시

박상봉 사회부장 기자

등록 2026-10-19 09:02

제31회 김달진문학제, 국내외 시인들이 함께한 가을날의 시 축제

제37회 김달진문학상 이상국·여태천 시인 수상, 서정시학 신인상은 이동옥·이지은

미국 시인 빌 월락 제17회 창원KC국제문학상 수상


제17회 창원KC국제문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인 빌 월락이  ‘세계문학에 관한 단상’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가을빛이 내려앉은 진해 김달진 시인의 생가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시가 울려 퍼졌다.


월하(月下) 김달진 시인의 시 정신을 기리고 그의 고귀한 문학적 유산을 선양하기 위한 제31회 김달진문학제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창원시 진해구 김달진문학관과 시인 생가 일원에서 열렸다.


해마다 전국의 문인들과 지역 문학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의 향기를 나누는 김달진문학제는 올해도 문학심포지엄과 문학상 시상식, 세계문학특강, 국제시낭송콘서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축제 첫날인 16일에는 민주주의전당에서 ‘디지털 시대, 4행시로 시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문학심포지엄이 열렸고, 17일에는 김달진 시인 생가에서 경남 사랑 사투리 시낭송회가 마련됐다.


이어 제37회 김달진문학상, 제17회 창원KC국제문학상, 제25회 월하전국백일장 시상식과 3·15 뮤직오케스트라 및 성악 공연 등이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제37회 김달진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 이상국(왼쪽) 여태천 시인.올 한 해 한국 시단을 빛낸 제37회 김달진문학상 시 부문 수상자는 이상국 시인과 여태천 시인을 공동 선정했다. 최근 2년간 출간된 주요 시집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심사에는 유성호(한양대)·방민호(서울대)·홍용희(경희대)·김종훈(고려대) 등 국내 저명 평론가들이 대거 참여해 수상작을 가렸다.


축제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10시에는 김달진 시인 생가에서 세계문학특강과 국제시낭송콘서트가 열렸다. 먼저 제17회 창원KC국제문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인 빌 월락(Bill Wolak)이 ‘세계문학에 관한 단상’을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고독과 무욕, 정직과 진정성의 시’라는 주제로 마련된 국제시낭송콘서트였다.


이하석 시인이 자작시 '페트병'을 낭독하고 있다.

이하석 시인을 비롯해 방민호, 김추인, 이상국, 정남식, 김왕노, 동시영, 여태천, 장만호, 안화수, 김시탁 시인 등 국내 문인들과 이탈리아, 미국, 프랑스, 일본, 대만 등 여러 나라의 시인들이 함께하며 언어와 국경을 넘어 시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무대 뒤편에는 김달진 시인의 초상화가 커다랗게 걸려 있었고, 그 아래로 국내외 시인들의 얼굴과 이름이 나란히 펼쳐져 있었습니다. 붉은 무대 위에 놓인 마이크와 꽃바구니, 시집을 손에 든 낭송자들의 모습이 한 폭의 가을 풍경처럼 다가왔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탈리아 라우라 가라발리아 시인과 화사한 색감의 스카프를 두른 에마뉘엘 말하프 프랑스 시인이 무대에 올라 시의 울림을 전했다. 또 사가와 아키 일본 시인, 대만의 바이링 시인도 마이크 앞에서 자신의 언어로 시를 들려주었다. 시낭송에 이어 통역이 이루어지는 동안 청중들은 낯선 언어의 리듬과 그 속에 담긴 정서를 함께 음미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탈리아 라우라 가라발리아 시인(위)과 화사한 색감의 스카프를 두른 에마뉘엘 말하프 프랑스 시인(아래)이 무대에 올라 시의 울림을 전했다.  바리톤 조승완과 소프라노 김승아의 아름다운 선율은 시낭송의 여운과 어우러져 깊어가는 가을의 서정을 한층 그윽하게 물들이며 문학제의 품격을 더했고, 시의 언어는 달랐지만 그리움과 사랑, 고독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국경이 없었다.


특히 주홍빛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와 초가 지붕이 어우러진 김달진 시인 생가의 정취가 인상적이었다. 가을이 깊어가는 시골 마당에 임시 무대를 마련하고 세계의 시인들이 모여 각자의 언어로 시를 낭송하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무르익은 시였다. 


김달진 시인이 추구했던 무욕과 관조, 정신적 순결성이 오늘날의 시와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시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고들 하지만, 이날 김달진 시인 생가에서는 시가 여전히 사람을 불러 모으고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이어주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지털 문명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어가는 시대, 오래된 시인의 생가에서 세계의 시인들이 모여 사람의 목소리로 시를 읽는다는 사실이 새삼 각별하게 다가왔다.


시인은 떠났지만 시는 남았다. 그가 살았던 집과 마당에 다시 시인들이 모여들고, 그곳에서 태어난 시 정신이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되살아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뜻깊었다.


가을이 깊어가는 시월의 일요일, 진해 김달진 시인 생가에서 시가 국경을 넘고 언어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정서 함양의 기회를, 시민들에게는 수준 높은 문화 향유의 시간을 제공해주는 자리였다.


최동호 시인이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창원시 진해구 김달진문학관과 시인 생가 일원에서 열린 제31회 김달진문학제 마무리 인사를 하고 있다.

박상봉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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