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500만 반려인 시대에도 민법상 물건…반려동물 행복보다 소유권이 쟁점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귀여움의 대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1천500만 반려인 시대에 강아지와 고양이 등은 이미 명실상부 '가족'이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여전히 '물건'이다. 동물은 민법 98조의 유체물로 취급받는 탓이다.
시대 흐름에 맞춰 연인이나 부부의 '사랑과 전쟁' 이별 과정에 반려동물을 둘러싼 분쟁이 급증했다.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키우는 가족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반려동물의 '엄마·아빠'에 대한 애착 관계나 복리보다 소유권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있다.
2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북부지법 민사12단독 김철환 판사는 연인이 이별하며 넘겨준 강아지를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지난해 9월 판결했다.
A씨는 군 복무 중이던 2024년 3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에게 강아지를 선물했다.
문제는 그해 11월 A씨의 전역 직후 불거졌다.
A씨는 여자친구, 강아지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떠났으나 그날 저녁 이별을 통보받았다.
당시 A씨와 크게 다툰 여자친구는 "너랑 엮여서(강아지도) 보고 싶지 않다"며 강아지를 A씨에게 넘겼다. 지금까지의 양육비 명목으로 30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강아지를 데리고 간 A씨는 며칠 뒤 아버지로부터 "네 여자친구가 1억∼2억원을 줄 테니 강아지를 돌려달라고 연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A씨가 거절하자 여자친구는 "홧김에 한 말이지 진심이 아니었고, 내 강아지니까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별 당시 여자친구가 강아지의 소유권을 A씨에게 이전했다는 취지다.
김철환 판사는 "강아지는 당초 A씨가 여자친구에게 선물로 사준 애완견으로서 여자친구의 단독 소유였다"면서도 "증거를 종합하면, 결별하면서 여자친구가 소유권을 포기하고 A씨에게 증여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료를 먹는 반려견 [농촌진흥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법원은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다고 봐야 하는지'만 따졌다. 강아지와 누가 더 애착 관계가 형성돼 있는지, 누구와 있을 때 더 행복한지 등은 법적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전문가들도 물건인 반려동물의 행복이나 의사를 객관적으로 계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오의법률사무소 이보라 변호사는 "사랑을 쏟는다는 건 객관적인 기준이 없으니 누가 더 돈을 많이 썼는지 등을 따지는 수밖에 없다"며 "아이 양육권은 조사관을 파견해 판단하지만, '물건'인 동물에 대해서는 그런 절차를 밟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려동물이 포함된) 이혼 소송을 맡으면, 아쉽지만 사람이 아니라 법원도 별로 신경 쓰지 않으니 너무 감정 소비하지 마시라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다른 사건에서도 법원의 판단 기준은 비슷했다.
지난해 9월 전주지법 민사5단독 안좌진 부장판사는 연인과 헤어진 후 "애견 유치원 등교를 맡아서 했고, 사료·장난감 등 필요한 물품도 내가 구입했으니 내 강아지"라며 함께 키우던 강아지를 돌려달라는 청구를 기각했다.
강아지 분양비와 각종 용품·병원비용 등을 함께 부담한 공동소유이니 '지분'이 균등하다는 이유였다.
안 부장판사는 "지분권에 기초해 공동점유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청구는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반려동물 강아지+고양이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이처럼 반려동물을 둘러싼 분쟁은 소유권 중심으로 해결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개·고양이를 재산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보라 변호사는 "이혼의 경우 재산 목록을 제출하는데, 반려동물은 물건인데도 그 값을 매기기가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율우 신혜성 변호사는 "앞으로는 반려동물 소유 문제가 이혼소송의 중요한 쟁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결국 사람이 아닌 물건이니 아이 양육권과는 달리 다룰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진도왕 인천대 법학부 교수도 2022년 발표한 '이혼 시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 및 귀속 결정의 기준' 논문에서 "설령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사람과 동일시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면서 "반려동물 귀속은 재산분할 관점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법무부는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현행 민법 규정을 개정하기 위한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18세 이상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동물의 비물건화'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7.8%가 민법상 동물을 물건과 구별해서 정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앞서 법무부는 2021년에도 동물을 물건의 범주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나 제대로 된 숙의 없이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무부는 이달 16일 '동물의 비물건화' 입법 쟁점 토론회를 진행하는 등 관련 조항에 대한 손질을 추진하고 있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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