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진 시인
공석진 시인
6월 3일 지방선거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다. 투표소마다 용지가 동나고,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던 그 날의 장면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선거 결과보다 더 큰 상처는 '투표할 수 없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은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2026. 6. 3. 지방선거에서의 전국적인 투표권 부족으로 인한 주권을 침해한 사태는 국민 주권을 위협하는 최악의 국민을 향한 반란 사건이었다. 주권은 탱크와 총칼에만 짓밟히는 건 아니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국민의 주권을 제한하려는 무감각적인 시도가 더욱 나쁜 이유는 그 작태가 교활하기 때문이다. 국민을 우습게 본 까닭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주권은 정치인 그 누구도 아닌 우리 국민들 스스로 지켜왔다. 그건 수많은 국민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가 어떻게 지켜 온 주권인데, 후진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선진국 문턱에 서 있는 이 나라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스러울 따름이며, 그런 사태를 방관한 위정자들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금번 사태에 직면하여 국민보다 더 상위에서 존재하려는 그 누구도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며, 만약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가볍게 넘기려는 시도가 있다면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곧 있을 월드컵 분위기에 편승하여 상황이 곧 진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따라서 모든 행정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이 사건의 중심에서 한 치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를 바로 잡지 못한다면 국가 신인도 추락은 물론, 대한민국의 위상은 망신을 결코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필자는 선관위 개혁을 포함한 투표와 관련된 시급한 사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단행해야 한다. 아무리 헌법상 독립된 기구라고 해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의 사과나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다. 국가의 국정 전반을 책임지고 대한민국의 권력을 대표하는 국가 수반이기에 대통령의 사과는 당연한 일이다.
두 번째는 선관위에 관한 국정조사와 특검 발의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부실한 선거 관리 사태 파악은 물론, 채용 비리나 근무 태만 등 지위 고하나 시간적 제한 없이 철저하게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확인된 불법은 법적 책임과 함께, 해고 및 연금 지급 중단은 필수다. 헌법상 독립 기구라는 이유로 외부 감사조차 하지 못했던 관례를 깨고, 매년 외부 감사를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제의 경중에 따라 선관위 폐지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그동안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던 부정선거에 관한 해소다. 이는 정당성이나 정통성 문제를 감안하면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다. 특히 지난 대선 및 총선 등 최근의 모든 선거를 포함하여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급하여 조사를 해야 한다. 부정선거를 언급하면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취급해서는 해결될 일이 결코 아닌 것이다.
네 번째는 많은 문제가 노출되었던 사전투표에 대한 개선이다. 사전투표는 폐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사전투표를 하고 난 후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의혹을 증폭시키는 기간이다. 부정선거 파문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그 중심에 있는 사전투표는 폐지되어야 맞다. 더 중요한 건 투표권을 가진 국민들의 결정이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이는 민주주의 헌법 상식에도 반하는 일이다. 본 투표를 하루 연장시키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6.3 지방선거 사태와 같은 일이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다. 다시 말해 문제를 일으킨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위한 법령 제정이다. 국민들의 주권을 갖고 장난을 치는 반역의 무리들이 이 땅에서 자리잡지 못하도록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거리를 정복하면 군중을 장악할 수 있다. 군중을 장악하면 국가를 장악할 수 있다. 민중은 단순하다. 빵 한 덩이와 왜곡된 정보를 주면 국가에 충실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라고 호언장담했던 독재자의 나팔수였던 괴벨스처럼, 만약 이 땅에 이런 정치인이 아직 존재한다면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을 빵 한 덩이로 심리적 지배를 할 수 있는 개돼지쯤으로 간주하는 망상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런 인식이 국민의 주권 행사를 가로막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그 어떤 정치 권력자라고 해도 주권자인 국민들이 투표라는 단 한 표의 권력을 행사할 때 그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목도하였다. 그러나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국민의 주권을 위협했던 모든 월권과 범죄를 간과한다면 필자는 시인으로서 결코 외면하거나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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