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창원시 관광행정의 민낯
옛 돝섬 풍경 1
한때 연간 110만명이 찾았던 마산 돝섬 해상유원지는 남해안 관광의 상징 같은 공간이었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황금돼지 형상의 섬, 합포만의 푸른 물결과 어우러진 풍광, 그리고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웃음소리를 남기고 가던 추억의 유원지였다.
특히 가고파의 정서를 품은 마산 앞바다와 연결된 돝섬은 단순한 섬이 아니었다. 설화와 역사, 낭만과 휴식, 관광과 경제가 함께 숨 쉬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돝섬은 어떠한가. 통합창원시 출범 이후 14년이 지나도록, 대한민국 도심 해상관광의 보석 같은 자원을 스스로 무너뜨린 대표 사례로 남아 있다.
마창진 통합 이후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마산가고파국화축제를 위해 10년 넘게 가꾸어온 국화 수십만 본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일이었다. 바지선에 포크레인을 싣고 들어와 꽃밭을 헤집고, 기존 놀이시설과 숙박시설, 식음료 시설과 식당까지 모조리 철거해 버렸다. 그 결과 돝섬은 ‘해상유원지’라는 정체성을 잃고, 그저 산책로 중심의 공원으로 축소되었다.
관광객이 머무는 공간에서, 잠시 걷다 떠나는 공간으로 변질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관리 주체마저 공원과로 넘겨버리면서 관광산업의 관점은 사라졌고, 섬은 살아 있는 관광지가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만 취급되었다. 이후 시민들의 지속적인 민원 끝에 관광과로 이관되었다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관광은 결국 콘텐츠와 편의시설, 체류형 인프라가 핵심인데, 지금의 돝섬에는 그 기본조차 부족하다.
그나마 안상수 시장 시절 안내소가 건립되고 작은 매점 하나가 들어서면서 겨우 음료와 간단한 분식을 해결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것이 과연 해상관광지의 수준이라 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 어느 관광지가 식음료 시설도, 휴게시설도, 체류 콘텐츠도 없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더 기막힌 현실은 크루즈터미널 청사 문제다. 건물은 멀쩡히 비워두고 있으면서 정작 관광객들은 무더운 여름과 매서운 겨울에도 야외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다. 대합실 하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시민과 관광객을 길바닥에 세워두는 행정이 과연 ‘관광도시’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옛 돝섬 풍경 2
관광은 거창한 구호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준비된 관광창원”이라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준비된 시스템과 인프라다. 그러나 지금 창원특례시의 관광행정을 보면, 새로운 관광자원을 발굴하기는커녕 이미 존재하는 자원조차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돝섬은 실패한 섬이 아니다. 실패한 것은 그 섬을 바라보는 행정의 시선이다. 돝섬은 도심 한복판 바다 위에 존재한다는 점만으로도 엄청난 경쟁력을 가진다. 전국적으로도 이런 입지의 해상관광지는 흔치 않다. 여기에 최치원 선생 설화와 황금돼지의 상징성, 가고파의 정서, 합포만의 역사문화까지 연결하면 충분히 대한민국 대표 체류형 해양관광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돝섬은 가능성을 키우는 곳이 아니라 가능성을 방치하는 공간처럼 보인다. 관광객 수 감소는 단순한 시대 변화 때문만이 아니다. 사람들은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와 편안한 휴식이 있는 곳을 찾는다. 그러나 지금의 돝섬은 “오래 머물 이유”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창원시는 돝섬을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관광산업의 플랫폼’으로 다시 바라봐야 한다. 해상케이블카나 야간경관, 해양문화 콘텐츠, 가족형 체험시설, 지역 먹거리 특화공간, 해양공연장과 계절축제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면 돝섬은 충분히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예산보다 의지다. 관광은 시설보다 철학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110만 관광객의 기억을 품었던 돝섬이 지금처럼 방치된다면, 사라지는 것은 단지 한 섬의 명성이 아니다. 마산이 가지고 있었던 해양관광의 자존심과 도시의 미래 또한 함께 쇠락하게 될 것이다.

시와 늪 대표 배성근(시인, 수필, 소설, 평론(비평). 칼럼리스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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