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칼럼] 의(義)의 불꽃, 물결 위에 서다 -청암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5-27 09:30

진주 의기사

의기사 


경남 진주의 남강 물결은 단순한 자연의 흐름이 아니다. 그 물결 속에는 한 여인의 결단이, 그리고 시대를 넘어선 의(義)의 정신이 잠겨 있다. 의기사는 바로 그 정신을 기리는 공간이다. 이곳은 임진왜란의 격랑 속에서 자신의 몸을 던져 역사를 바꾼 의기 논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1593년,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논개는 왜장을 껴안고 남강으로 몸을 던졌다. 그 선택은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한 시대의 절망 속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치열한 저항이었다. 그녀의 몸짓은 칼이나 창보다 더 강한 메시지였다. 그것은 ‘살아남음’보다 ‘지켜냄’을 택한 의지였다.



의기사는 그 정신을 기억하기 위해 1740년, 조선 영조 때 경상 우병사 남덕하에 의해 처음 세워졌다. 이후 여러 차례의 중수를 거쳐, 오늘날의 건물은 1956년 진주의 기창렬회의 노력으로 다시 세워진 것이다. 사당 내부에는 관찰사 이지연의 현판과 함께, 기생 산홍과 시인 황현의 시판, 그리고 실학자 정약용의 기문이 걸려 있다. 이 다양한 목소리는 논개를 단순한 인물이 아닌, 시대적 상징으로 끌어올린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영정의 변화다. 한때 화가 김은호의 작품이 봉안되었으나, 그의 친일 행적이 문제시되면서 철거되었다. 현재는 2007년 국가 표준영정 제79호로 지정된 새로운 영정이 모셔져 있다. 이는 단순한 교체가 아니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정의로운 얼굴’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의기사는 과거를 박제하는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는 여전히 선택의 기로에 서 있으며, 때로는 편안함과 정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럴 때마다 남강의 물결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한 사람이 남긴 결단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게 시대를 흔들 수 있는지를 우리는 알수 있다.


논개의 투신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그것은 기억의 시작이었고, 질문의 시작이었다. 오늘의 우리는, 무엇을 위해 몸을 던질 수 있는가.


시와 늪 대표 배성근(시인, 수필, 소설, 평론(비평). 칼럼리스트)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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