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비평칼럼] 정년 이후의 사회, 준비되지 않은 전환 -청암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등록 2026-03-27 10:44

베이비붐 세대와 재취업 구조의 현실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이고, 인생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이다.”이 문장은 희망을 말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 희망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녹록지 않다.


제1차 베이비붐 세대(1953, 63년생)가 고령층으로 자리 잡은 데 이어, 제2차 베이비붐 세대(1964, 74년생) 약 754만 명이 정년퇴직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거대한 인구 집단은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중심에서 국가를 떠받쳐 온 세대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한 정년 이후의 현실은 준비된 전환이라기보다, 구조적 공백에 가깝다.


이미 약 700만 명에 달하는 1차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자 취업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취업의 기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비직과 같은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일자리조차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여기서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는 ‘정년 이후에 대한 사회적 설계의 부재’다. 우리는 오랫동안 ‘언제까지 일할 것인가’에는 관심을 기울여 왔지만, ‘그 이후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 정년은 제도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정년 이후의 삶은 개인에게 떠넘겨진 채 방치되어 있다.


정년을 의미하는 ‘retirement’라는 개념은 본래 재정비와 재출발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의 정년은 재출발이 아니라 사실상의 ‘탈락’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전환의 과정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한 결과다. 또한 일자리의 질적 문제도 심각하다.


재취업 시장에서 제공되는 일자리의 상당수는 저임금·단기·비숙련 노동에 집중되어 있다. 평생을 전문성과 경험을 쌓아온 인력들이, 그 가치에 걸맞지 않은 일자리로 내몰리는 현실은 개인의 좌절을 넘어 사회적 자원의 낭비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스로 길을 찾으라.”라는 말은 때로는 책임의 전가로 들릴 수 있다. 물론 개인의 선택과 노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백만 명에 이르는 인구 집단이 동시에 같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재취업 정책’이 아니라 ‘인생 후반기 설계 정책’이다. 단순한 일자리 제공을 넘어, 교육· 재훈련· 사회 참여· 공공활동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중장년 세대가 사회와 지속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험과 축적된 지혜를 사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고령화 사회의 핵심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 타이어를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다시 출발할 수 없다. 더 중요한 것은 핸들의 방향이다.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 없이 움직이는 것은, 결국 제자리 회전에 불과하다. 엔진을 점검하고, 계기판을 확인하며, 스스로의 삶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일은 여전히 개인의 몫이다.


지금 우리는 단순히 한 세대의 은퇴를 목격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사회가 ‘노년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시험받고 있는 순간이다. 가장 빛나는 별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듯, 이 세대의 삶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문제는 별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별을 바라볼 구조와 방향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시와늪문인협회 대표 배성근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이원희 보도본부/ 편집국장

기자

헤드라인 뉴스

한국매일뉴스
등록번호인천 아 01909
발행인최용대
편집인이원희
연락처010)8834-9811
FAX031)781-4315
이메일hangukmaeilnews@naver.com
사무실031-781-9811
사업자 번호583-06-03523
주소 인천 서구 원당대로 628 714호 보미 골드 리즌빌
한국매일뉴스

한국매일뉴스 © 한국매일뉴스 All rights reserved.

한국매일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